변신은 무죄 아니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7-09-18 11: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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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인터넷 등장 이후 정치인들의 심기가 참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 뿐만이 아니다.

‘공인’의 범주에 드는 모든 대상이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인터넷이 그들의 행적을 낱낱이 기록, 공개하는 감시 카메라가 된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때문에 정치인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듯 인터넷 망을 타고 전달되는 각종 정보를 모니터화면을 통해 보고 있노라면 섬뜩하기까지 할 정도다.

글과 사진은 물론 급기야 최근에는 동영상 수단까지 동원된 인터넷의 위력은 막강한 검색능력에 힘입어 천하무적의 내공을 뽐내고 있다.

일단 이 채집망에 걸리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꼼짝없이 거미줄에 걸린 파리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정치인들의 행적은 이제 거의 사적인 영역을 가질 수 없게 된 게 현실이다.

특히 정치인의 발언은 그 경우가 더욱 심하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거니와 한겨울 흰 눈 위에 찍힌 발자국처럼 선명한 족적을 남기게 되니 그렇다.

뿐 만 아니라 그 족적은 관련어 검색 한번이면 한 개인의 흔적이 줄줄이 굴비꾸러미 마냥 모니터를 통해 브리핑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기억으로는 가물가물 잊혀질만한 내용도 똑똑한 인터넷은 10년 전 사건도 바로 직전의 일처럼 생생하게 재현시켜준다.

그 덕분에 우리는 별도의 저장노력 없이 정확한 사건일지를 언제든지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됐다.

온 세상이 한마디씩 참견하고 있는 신정아 변양균 사건만 해도 서로 주고받은 전자편지 내용이 염문설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정치인이 인터넷에 족적을 남기는 경우는 대부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인터뷰는 기자가 작성하는 기사와 달리 당사자의 발언을 정리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자료로서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특별한 왜곡 과정이 없는 한 가장 명확한 자신의 주장으로 남긴 족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극단적 행보의 족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정치인은 누굴까?

필자는 단연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을 꼽겠다.

초선으로 3년여의 일정을 통해 당대변인, 최고위원 등 화려한 당직을 지낸 이력도 있지만 때에 따라 달라지는 그녀의 변신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엊그제 전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신정아씨의 위험한 욕망의 사다리를 언급한 내용이 기사화 된 것을 읽었다.

그녀는 변양균 전실장에 대해서도 “참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모든 것을 자제하고 절제하고 하루하루 되돌아 보야야 할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국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야한다는 전의원의 질타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독설로 유명한 그녀지만 현재 그녀 입장에서 당당하게 타인을 질타할 수 있는 여건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전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한 여당의원이 소신도 없이 여기저기에 공천 신청이나 받으러 다니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았다.

게다가 자신의 출세작인 ‘일본은 없다’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등을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단도용을 인정한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비리혐의로 기소만 돼도 당원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못박을 정도로 유난히 도덕성을 강조하는 당의 최고위원을 지낸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말이다.

전의원을 포함한 여타 정치인들이 인터넷 상에 올라있는 자신의 족적을 가끔씩 검색해 숙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앞뒤 틀린 자신의 행보가 국민 앞에 노출돼 있다는 상황 정도는 깨달을 수 있고 적어도 정직하지 않거나 앞뒤 다른 말이나 글로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만은 피할 수 있게 되질 않겠는가.

인터넷에서 검색어로 ‘전여옥’을 검색해 보면 명사답게 그녀는 인터넷 상에 참으로 많은 자취를 남기고 있다.

심지어 그녀와 관련된 전화 녹취록 내용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박근혜 전대표와의 관계와 관련한 내용도 참 많다.

그녀는 박근혜 전대표와 ‘유신공주’운운하는 독설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런 그녀를 한나라당이 비례대표로 전격 발탁해 정치권에 입문시킨 것이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국회의원 당선자 시절 그녀는 한 언론사로부터 “박근혜 대표와의 관계는 어떤가. 입당 전에 인터넷 칼럼에서 독설도 퍼붓고 그랬는데”라는 질문을 받는다.

전의원은 `지금 내가 대변인의 역할을 잘 하면, 또 박 대표에 대해서는, 함께 일하게 된 상황엔 글로 인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

내 손, 내 머리로 썼던 글이다. 박 대표가 좀더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過)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박 대표가 방송이나 언론 등에서 `아버님께선 그 시대가 원하는 역할을 했던 분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당히 아프게 해드린 분들의 인권과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저 자신이 정치를 하겠다고 어렵게 마음을 먹었다`, 이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나름대로 답을 얻었다고 본다. 또한 총선 과정에서 박 대표가 정말 자기 자신을 생각지 않고 온 몸을 던져서 국민께 호소하는 모습, 한 인간으로서의 헌신을 보면서 매우 감동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는 답변을 남겼다.

전의원은 또한 “그럼 지금은 박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후광에서 벗어났다고 보나?”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우리나라의 제1야당의 대표가 됐다는 것은 한 정치인으로서의 완벽한 홀로서기다.`라고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이후 그녀는 그림자 같던 박 전대표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경선 라이벌로 대척점에 서 있는 같은 당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으로 옮겨가며 또 다른 변신의 흔적을 남겼다.

그녀는 이전시장을 지지한다는 커밍아웃 전에도 경선과정에서는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면서도 “박 전 대표는 최태민씨에 대한 의혹에 대해 ‘천벌 받을 일’이라고 얘기하면 안 되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 돼요. 후보들은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합니다. 국민이 어느 경우에도 용서하지 못하는 게 거짓말이거든요”라며 박 전 대표를 준엄하게(?) 꾸짖으며 자신의 의중을 간간이 드러낸 바 있다.

한마디로 “거짓 말 해서는 안 된다”는 건데 그렇다면 정작 그자신의 처지는 어떤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의원의 표절도용 법원 판결은 그가 표절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결국 거짓말쟁이가 다른 이를 향해 “거짓말 하지 말라”고 꾸짖은 셈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씨는 ‘콤플렉스적 시각’이라고 진단했다.

정씨는 “정신의학에서 콤플렉스란 어떤 주제에 관해 매우 개별적인 심리내적 이유가 발견되었을 때 붙일 수 있는 개념이다. ‘모든 재수생은 패배의식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식의 전체주의적, 표피적 진단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별명이 ‘트랜스포머’란다.

인류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능과 파워를 지닌 외계 생명체 ‘트랜스포머’를 빗댄 좋은 취지의 별명이겠지만 지금이라도 전의원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전의원이 갖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자신을 망치는 독약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박근혜 전대표와 함께 하던 시절, 박근혜 전대표 지지자들이 그녀에게 기울였던 정성은 박전대표 버금가는 정도라고 들었다.

그걸 전의원이 크게 착각한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지지자들을 가질 만큼 내 정치적 역량이 컸다’라고 오판한 것이다.

오만 탓이다.

전의원의 변신은 (박근혜와 함께 했기에) 그에게 사랑을 주었던 많은 이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정치인의 변신은 자칫 자기 파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의 계절인 지금, 정치인으로 당의 정권창출도 물론 큰 목표물이 되겠지만 전의원 자신이 크게 거듭나는 목표물도 더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쓰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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