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규제할 필요 있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7-09-27 15: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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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우리나라도 여론조사가 선거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로 커지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에게 과연 적절한 선거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각 정당 후보 지지도 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가 각 언론매체 등을 통해 하루걸러 한번 꼴로 발표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에 대한 유권자 표심의 현재 상황을 반영해주고 확실히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심심풀이 삼아 읽어보는 ‘오늘의 운세’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성이 생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는 어떤가.

언론의 여론조사 발표수치와 실제상황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만 해도 그렇다.

각 언론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냈고 이에 따라 ‘이명박 대세론’이 전 언론사 지면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지지도 차이는 언론사에 따라 적게는 8%에서 많게는 무려 20% 가까이 격차가 나는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가 이기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

비록 여론조사 한명의 응답에 가중치를 두어 6명 이상이 현장에서 투표한 것과 같은 취급을 한다는 이상한 경선룰로 인해 승자가 뒤바뀌기는 했지만,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각 언론의 여론조사 발표가 대부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과정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도 예외는 아니다.

각 언론이 손학규 정동영 두 후보의 지지도를 조사.비교하면서 ‘손학규 대세론’을 설파했었다.

실제 각 언론은 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정 후보의 지지율보다 무려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 냈었다.

그러나 중간 판세를 점검하는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언론의 여론조사 발표와는 전혀 딴 판이다. 오히려 정 후보가 손 후보를 압도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엉터리 여론조사가 손학규를 망쳤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민주당 경선과정도 마찬가지다.

모든 언론이 조순형 후보의 압도적 우세를 보도했지만, 엉뚱하게도 현재 이인제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3당 경선 모두 제대로 들어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언론사는 단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이번 대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02년 11월 2일 한국갤럽에서 대선주자 당선가능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보름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는 이회창 후보가 67.3 %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7.3%로 정몽준 후보의 7.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찌됐는가?

당시 노무현 후보가 48.5%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반면, 당선 가능성 67.3%였던 이회창 후보는 46.2% 지지를 받는데 그쳐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보도한 여론조사결과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는 언론은 그 어디에도 없다.

독자들은 그 때 그 때마다 “속았다”고 말하면서도 또 다시 여론조사 결과에 속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사들이 독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현저하게 낮은 응답률 때문이다. 선진외국의 경우 응답률을 매우 중시한다.

응답률이 낮다는 것은 부동층이 많다는 뜻이다. 이들 가운데는 ‘현재의 대세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간접적인 의사표현으로 무응답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 할 것이다.

따라서 선진 외국에서는 응답률이 30% 미만인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에 보도하지 않고, 모두 용도폐기 해 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20%를 넘는 것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15% 내외를 오르내리는 수준으로 그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론조사 방식의 차이를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과 달리 비례할당표집에 의한 여론조사는 응답률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여론조사를 공표하는 언론의 막대한 책임이 요구돼야 하는데도 우리의 현실을 보면 모두 ‘입맛대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독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면 된다’는 항변이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 유권자들은 언론에서 발표하는 ‘대세론’ 후보를 주목하면서 그에게 표를 몰아주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다. 만일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세론’이라는 엉터리 같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없었다면, 결코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언론사들은 응답률이 극히 낮은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보도하지만, 그 같은 사실을 접하는 유권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여론조사가 의뢰기관인 언론의 ‘입맛’대로 재단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본다.

여론조사 공표에 관한 일정한 룰을 선거법 수준의 엄격함으로 강제해서라도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올바른 정보 통로를 교란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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