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세론, 약일까 독일까?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7-10-04 18: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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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이명박 후보를 확정지은 이후 한나라당 내부엔 확실히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당직 개편과정에서 불거지는 이런 저런 소문을 듣자면 그 미묘함은 더욱 뚜렷해진다.

경선이후 한나라당 내부는 ‘적자’와 ‘서자’진영으로 철저히 양분된 분위기인데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이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양상이다.

물론 ‘적자’ 진영은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왔던 그룹인 만큼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당 요직도 거의 이들 적자 몫으로 배정됐다.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를 두고 언론이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대세론에 너무 경도돼 전략상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대세론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의 개선장군이 된 직후 이 후보는 ‘탈 여의도식 정치’를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의 발언은 독자적인 힘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물론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구태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대통령후보로서의 신선한 개혁 의지로 비춰질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기존 한나라당 조직과 상관없이 대통령 당선을 자신하는 소리들이 돌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독보적으로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당과 후보의 지지율이 그 자신감의 배경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미 부시대통령 면담 해프닝 건을 보면 아무래도 한나라당 대선 기류가 이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부시대통령 면담 해프닝건도 지금 한나라당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정황이라고 본다.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셨던 이회창 교훈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경계심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이번 소동은 대선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한계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면담이 성사됐다는 거짓 발표도 그렇지만 부시 면담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의 대응 태도도 졸렬하기 짝이 없다.

이로 인해 변명의 기회를 얻기는커녕 책임 떠넘기기 등으로 주변의 조롱을 자초했다.
덕분에 후보 입장이 말이 아니게 됐다. 모르긴 몰라도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도 남을 만큼의 ‘헛짓’이었다.

야당 10년을 지냈다고는 하지만 한나라당은 오랫동안 여당을 지낸 제1야당이다. 나름대로 관록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그 조직력만 동원했던들 최소한 집중적으로 포화를 맞고 있는 국내외 망신살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

어떻게 일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일정이, 그것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일정을 잡으면서 관련 부서도 아닌 일개 장애인위원회 차관보급 한사람의 주관적 입에 매달려 진행됐을까?

당의 직속 기구라고 할 수 있는 국제위원장까지 배제된 체 말이다.

혹자는 이번 해프닝 원인을 캠프 내 논공행상 지분싸움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내년 총선에 기존 한나라당 조직이 3분의 2정도는 새로 물갈이 될 거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곳곳에 당직에 포진된 뉴라이트 세력의 18대 국회 대거입성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후보 입장에서는 너무나 어리석은 짓이다. 노후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도 좋지만 당 조직 전부를 일단은 대선까지 풀가동 시켜야 옳다.

권력의지가 명확하다면 말이다.

총선 공천을 누구에게 주느냐 여부는 대통령 당선된 뒤의 일이다.

지금은 귀신의 손길까지도 일손으로 필요한 마당인데 당 조직을 배제한 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것은 후보의 당선보다는 개개인의 입지 구축이 우선되는 현상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도리가 없다.

이후보의 대세론은 단지 여론조사 상 높게 나오는 수치가 전부다.

여론조사 상 나타난 수치가 이후보의 대세론을 담보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늘만 해도 신당이나 민주당 경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가 현실과 괴리된 수치로 발표됐다.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당 조직을 묶어 놓은 채 적자그룹만의 리그로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이라면 이는 크나큰 계산 착오다.

역대 정권만 해도 독자적인 힘으로 홀로 탄생한 정권은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삼당합당, 김대중 대통령은 DJP, 노무현 현직 대통령 역시 DJ지원 등에 힘입어 정권을 잡았다.

현재 노대통령이 임기내내 레임덕에 시달리는 현상도 따지고 보면 민주당과 열린당의 분당행위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긴 이 같은 현상은 후보 진영 탓만은 아니다.

명색이 국민이 직접 뽑아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당 경선 기간 중 보여준 행태를 보면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체면도 없이 오로지 권력욕구에 눈멀어 시정잡배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던 그들이었다.

대세론에 눈치보며 줄서서 스스로 딸랑이를 자초한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우리는 다 봤다.

얼마나 시원찮아 보이면 한 표라도 급한데도 입맛대로 골라 쓰겠다는 입장을 보이겠는가.

정말 명심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 대세론에 줄선 허장성세만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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