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 후보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7-10-09 17: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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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문:어학연수를 안가도 영어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법은?

-답: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난 5일 부산을 방문, 학교운영위원회 및 학부모회장단 간담회 석상에서 내놓은 영어교육을 위한 묘안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한글날인 9일 이같은 이 후보의 교육관을 향해 ""일제시 대 때 국어 말살 정책이 떠오른다""며 맹비난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다른 과목도 아니고 민족 혼이 담겨있는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자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 후보의 사과와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이 후보의 교육철학엔 분명 문제가 있다.

이후보는 영어강의 관련 발언은 국어와 국사 과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고 출발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 후보의 영어 사대주의 의식 표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초 서울시장 재임 중에도 영어공용화 계획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빗발치는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 서울시가 발표한 영어 공용화 계획을 보면 ‘각종 공고·공시문을 한국어와 영어로 병기하거나 6급 이상 전공무원 대상 어학 인증제 실시, 영어체험마을 개원, 간부회의 영어로 진행, 사이버 영어마을 구축 등의 로드맵이 제시 됐었다.

이는 각종 서류 발급 등 서울시 행정 문서에 영어를 한국어와 같은 수준의 공식 언어로 사용하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이같은 계획은 그 이후 시민 반발 등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당시 서울시 로고를 Hi, Seoul'로 바꿨는가 하면 시내버스 개편 당시에도 ‘간선, 지선, 순환 등의 노선 종류를 알려주는 표식 대신 뜻도 모를 B,G, R, Y 따위의 영문 대문자를 버스마다 붙임으로써 또 한차례 강력한 영어사랑 의지를 내비쳤다.

이로 인해 이 후보는 당시 시민들로부터 “영문자를 모르고 눈이 잘 안 보이는 할머니들은 타지 말라는 것인지, 우리가 뉴욕 한복판에 와 있는지 모를 정도의 한심한 일”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시장의 이 같은 끝없는 영어사랑은 그가 대미 사대주의자란 사실이 전제되지 않으면 설명될 도리가 없다고 본다.

지난 부시대통령 면담 불발 사건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선전에서 1등 지지를 얻고 있다는 후보가 임기 말년의 미국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수차례 읍소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국민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 면담에 그토록 목을 매야 할 시급한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후보 측은 미 대통령 면담성사 소식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성사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 양 과시한 행적이 언론 보도 등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대주의 행적이 아니고 달리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한글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그런데도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유치원 영어 교육을 넘어 영어 태교까지 간 오늘날의 영어 숭배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 사대주의자의 어두운 그림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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