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판치는 세상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7-10-10 18: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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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얼마 전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번역서가 출간됐다.

지금까지 세상을 속여온 온갖 비밀과 거짓말을 폭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이다.

저자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10여 년간의 기자 생활과 6년간의 영국 로비단체 대변인 생활을 통해 취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의 유명한 거짓말에서부터 정보기관들의 비밀공작, 결사조직의 비밀, 유명 과학자들의 감추어진 이중성 등 다양한 분야의 비밀과 거짓말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기존의 인식으로부터 참으로 많은 상식들이 사실과 다른, 황당한 현실과 마주쳤던 경험을 갖고 있다.

유관순 열사가 주도한 기미년 3.1운동 당시 낭독된 ‘독립선언서’조차 그 진위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33인 독립투사 중 모씨의 공적을 부풀리려는 의도로 그 후손이 독립선언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체게바라의 경우만 해도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영웅시되는 그가 사실은 겁쟁이고 기회주의적이고 반인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워싱턴 역시 수용소에 갇힌 원주민들이 탈출해도 되돌아갈 곳이 없도록, 침략했던 모든 부락들을 불태웠던 잔악한 행적으로 인해 원주민들에게 ‘village burner'로 악명이 높았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영화 ‘킬링필드’만 해도 그렇다.

영화 속 허구 인물 들 사이에 폴 포트가 집권한 ‘1975~79년’이라는 정치공간을 집어넣고, 이별과 만남 같은 통속적인 주제로 감성을 자극해 크메르 루주에 대한 저주를 증폭시키는 동시에 아메리카 학살사를 교묘하게 은폐시킨 ‘거짓말’로 역사를 왜곡했다.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루터 킹 등을 둘러싸고 거론되는 추악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 중 정말로 옳은 것은 얼마나 될까?

영화 매트릭스처럼 우리는 왜곡된 현실을 참된 삶이라고 속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진실 거의를 힘이 지배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그 힘이 정치권력이든, 진실을 가장한 펜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언론권력이든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대한민국 국부를 선택하는 17대 대선을 앞둔 작금의 시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 갑갑함이 더해진다.

내일신문은 창간 특집으로 거짓말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선후보와 전현직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거짓말 많이 할 대선후보 1위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뽑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의 거짓말도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거짓말 당사자가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가 가진 성품이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과거 세계 평화를 뒤흔들어 많은 이들을 불행에 빠뜨렸던 히틀러의 행적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당시 주민 선동을 위해 히틀러가 주장했던 모든 사상들, 반유대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예측 등이 객관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열렬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굉장한 거짓말은 대중을 유혹한다”는 히틀러의 어록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는 자신의 거짓말을 과감하고 현란한 선전술로 사실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발휘했다.

히틀러 스스로 거짓말을 계속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두 의심하고 결국엔 믿게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히틀러를 범인과 구분할 수 있는 실로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능력이 발휘된 결과는 어땠는가.

인류의 비극을 초래했다.

칼 한자루가 의사의 손에서 의료기구로 쓰이느냐 강도의 손에서 도둑질 도구로 쓰이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지도자의 거짓말이 어쩌면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하고자 발돋움 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19세기 과거의 어둠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독한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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