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불감증 유감있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7-10-31 17: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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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부인의 청탁관련 뇌물수수사건으로 31일 사퇴했다.

연세대 기부금 입학 소문을 들은 김모씨가 딸의 치의대 편입학 편리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웃을 통해 정 총장 부인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가 시험실패 후 돈을 되돌려 받은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 총장은 전날 “아들 사업자금으로 빌린 단순채무관계일 뿐”이라고 발뺌하다가, 결국 하루 만에 사퇴로 신상을 정리했다.

연세대 당국은 이 일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시쳇말로 쪽팔리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보도에 따르면 연세대는 치의학과 편입학 비리 의혹에 대해 “전형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펴고 있나 보다.

그러나 연세대 치의학과 졸업생들과 재학생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치의학과 교수나 동문의 자녀들이 상당수 편입학 전형을 통해 치의학과에 진입하는 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부모가 치의학과 교수이거나 동문인 편입생들은 ‘로열 코스’가 보장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들 ‘로열’들이 본과 졸업 뒤 진로선택 때 실력과 상관없이 인기과를 독식하는 현상. 1,2 등짜리 실력있는 학생들도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에 인기과의 경우, 이들 로열들과의 경쟁을 피해 다른 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불감증이 캠퍼스까지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기득권층의 부패의식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삼성 비자금 계좌’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드러난 삼성관련 문제도 기득권 세력의 부패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비축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비자금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권에 흘러들어갔다는 내용도 있었다.

‘성역’이 따로 필요 없었던 그들만의 리그엔 법도 윤리도 양심도 그 어느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폭로된 ‘비위’사실에 대한 삼성 측의 대응 태도다.

삼성측은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임원에게 퇴직할 때 까지 섭섭지 않게 대접했음에도 조직을 음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당사자를 압박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우리사회의 지도층과 기득권세력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부패에 대한 불감증은 이번 국감현장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식사대접은 물론 2차, 3차 향응대접을 받은 국회의원 나리들의 당시 대응 태도를 봐라.

당초 해당의원은 거짓 변명을 일삼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비위사실을 지적한 언론을 고발하겠다고 펄펄 뛰었다.

대통령을 선택하는데 있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선거구호가 등장했다.

‘부패해도 좋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구호다.

무서운 일은 누가 만들어냈는지는 몰라도 말도 안되는 홍보 논리에 자신의 주권을 유린당하는지조차 모르는 국민의식이다.

그나마 일부에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도둑놈이든 사기꾼이든, 주가조작을 한 죽일 놈이든 능력만 있다면 괜찮다는 식의 자포자기 심정의 유권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자조어린 독백이 남아있는 건 고무적이다.

부패지수가 극에 달해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해도 모두들 꿀먹은 벙어리 흉내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대기업 광고주를 무서워하는 언론의 경우 닫힌 입의 강도가 더 심하다.

오늘도 직무유기를 하는 대다수 언론대신 민노당이 말했다.
“그렇게 은닉한 돈 중 일부가 언제 어떻게 가방에 담겨 선물셋트로 변할지, 어느 트럭에 실려 정당의 비밀창고로 옮겨질지 모른다”며 “결국 기업의 비자금이 재벌 눈치를 보는 정치를 만들고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을 양산하게 된다”고 꼬집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는지는 불법적 요구에도 두 말 않고 응하는 은행과 삼성관련한 일이라면 정론직필의 예봉을 쉽사리 접어버리는 언론의 반응을 보고도 예측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침묵현상은 더더욱 심각하다.

대학총장 관련 비리가 학내에 미치는 영향도 이렇게 심각하거늘, 하물며 부패된 지도자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뽑아놓는다면 그 폐해는 얼마만큼 이겠는가.

비리의혹으로 융단폭격을 받고 있는 모 대통령 후보자가 후보직 사퇴하지는 못하더라도 국민을 바보취급하며 늘어놓는 두서없는 거짓말이라도 이제 제발 그만 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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