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유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8-03-23 22: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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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정치행정부장) 최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이상득 부의장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남의원의 발언에 과연 당을 위하는 개인적 소신과 진정성이 전부일까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문이 남는다.

과거 남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에 대한 불신의 기억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개혁’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유력주자 편에 서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고, 그 유력주자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그를 버리는 형식으로 또 다른 ‘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 소장파에 대한 기정사실화된 세간의 평가다.
때문에 이번에 남경필 의원이 이상득 부의장 불출마를 종용한 문제 역시 같은 형태로 읽혀지고 있어 불편한 마음이다.

이른바 ‘강부자-고소영’ 인사파문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자 우회적으로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방식을 취해 자신의 참신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남경필 의원이 진정 ‘당 개혁’을 원했다면 자신의 공천이 확정되기 이전에 그 같은 액션을 취하면서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 부의장 용퇴를 말하기 전, 공천 후유증의 원천적 원인 제공처라 할 수 있는 공천심사위원회의 전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옳다.

그러나 남의원은 공천심사위원회와 이를 둘러싼 세간의 숱한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 없이 ‘이상득 부의장 패대기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의원의 이번 발언이 전당대회 권력투쟁을 위한 사전 포석용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남의원 개인적으로는 이번 ‘말장사’는 톡톡한 수익을 올려준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각 언론 매체로부터 ‘소장파의 리더’라는 자격을 재부여 받으며 인터뷰가 쇄도하는 등 뉴스메이커가 되는 특수를 누렸고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상당히 불신과 불쾌함을 갖고 있는 YS로부터 ‘(소신발언을 한) 남의원 같은 사람이 반드시 국회에 들어가 정치를 해야한다’는 덕담을 들었으니 왜 아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당 공천과정에서 도당위원장으로서의 위세는 커녕 본인의 공천마저도 불투명한 신세가 되는 바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지를 오가느라 구겨졌던 자존심을 웬만큼은 회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나라당에서 이제는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소장파’라는 단어가 유령처럼 부활하고 있는 현상을 지켜보고 있는 심정은 심히 불쾌하다.
행여 이번 재미로 기회주의적 정치 행태가 또 다시 18대 국회를 발판 삼으려는 음흉한 속셈이 용기를 얻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규정된 ‘소장파’에 대한 정의는 ‘젊고 기운찬 기개를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파’다.

그런데 그동안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보여줬던 행보를 상기해 보면 소장파의 사전적 의미와 너무나 동떨어진 기회주의 행적 투성이다.

가깝게 지난 경선 당시만 봐도 개혁 소장파의 대명사처럼 불려지던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 경선 어디에 있었는가. 줄곧 자신들과 함께 한 원희룡 의원 측에는 김명주 의원 단 한사람만 함께 했고 나머지는 이명박 대세론을 따라 그 쪽에 ‘우르르’ 몰려가 있었다.

심지어 수요모임 대표였던 남경필 의원은 당시 이명박 후보 측에 “수요모임과 M&A를 하자”는 등 노골적인 구애를 펼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이들 소장파의 ‘줄서기 역사’는 이전부터 있었다.

이회창 후보에게 줄서기를 했다가 결국 그가 대선에서 패하자 이를 빌미로 이회창을 당에서 쫓아내는데 앞장선 사람들이 바로 이들 소장파들이다. 이들은 초기 참신성을 인정받았지만 이들은 결국 2003년 당권 싸움 속에서 대세론을 따라 최병렬 대표 체제를 지원했다가 탄핵국면에서는 최 대표를 압박하고 대신 박근혜 대표를 내세웠다. 이후 소장파는 그런 박 대표에게도 등을 돌렸다.


한나라당에 더 이상 소장파 브랜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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