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정치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4-17 18: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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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언론과 정치는 한마디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다.

가까이 할 수도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언론과 정치의 관계다. 그런데 지금의 언론과 정치는 흡사 짝짓기나 하듯이 너무 밀착돼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내 짝이 아니면 바로 적(敵)으로 간주되고 만다. 물론 짝에게는 어떤 허물이 있더라도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새 정부가 기자실 개방을 비롯 일련의 언론개혁 조치들을 취한 뒤 정치와 언론의 짝짓기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위 메이저신문이라는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신문의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그동안 언론개혁에 관심을 가졌던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 등 마이너신문마저 정부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화관광부 내부 홍보업무 관련문건’을 마치 전두환 정권 당시의 ‘신보도지침’이나 되는 것처럼 떠벌리고 있다. 전두환 정부가 각 언론사에 하달한 보도지침은 기사의 크기, 제목, 배치까지 일일이 지시한 ‘언론 길들이기용 지침’이지만 문광부 내부문건은 단지 취재방식의 개편을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 보도지침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언론의 보도행태에 한나라당이 가세, ‘이창동장관 해임안’까지 들고 나와 사태를 ‘정쟁화’시키고 있다.

하순봉 언론대책특위장은 “이 장관이 자진 사퇴하거나 해임되지 않으면 이달 안에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상배 정책위장은 “정부조직법 개정 때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도록 하겠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또 박종희 대변인은 신문공동배달제에 대한 문화산업진흥기금 지원 검토와 관련, “비판언론의 시장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우호적인 언론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특히 그는 “이창동 문광부장관이 조·중·동 3사가 신문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며 신문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며 “언론을 독과점 규제대상으로 보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노골적으로 조·중·동을 비롯한 전국지들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국지들이 한나라당의 잘못에 대해 관대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신문공동배달제는 우리 시민일보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방지들이 갈망하는 제도다. 지방지들은 배달시스템의 취약으로 인해 사세확장에 많은 장애를 받고 있다. 이는 전국지들이 자전거나 순금 등 각종 경품으로 독자들을 유혹, 시장을 잠식해 가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다.

이에 대한 지원을 반대한다는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전국지들을 보호하겠다는 노골적인 뜻이 담겨 있다.

이는 과거 기득권 세력들간의 담합으로 비쳐지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언론은 기득권 정치세력과의 짝짓기를 중단하고, 이런 때일수록 언론보도가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차분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언론개혁 관련 사안마다 한나라당과 ‘주고받기식’으로 기사 키우기를 하는 전국지의 모습은 너무나 추(醜)하다.

‘기자는 가까이 할수록 좋다’는 것은 정치인이지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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