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한 똥(銅)배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4-30 18: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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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벌어진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이 얼마나 옹졸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날 4.24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경기 고양시 덕양갑에 출마하여 당선된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이 `파격적인(?)’복장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

그가 홍문종 오경훈 의원과 함께 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 연단으로 올라가는 순간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신영국 안택수 홍준표 의원 등은 유 의원을 향해 “저게 뭐야. 당장 밖으로 나가라”고 삿대질을 하면서 고함을 질렀고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여기 탁구치러 왔느냐. 운동장인줄 아느냐.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그의 복장이 어떠했는가.

흰색 면바지와 초록색 티셔츠, 감색 상의 차림에 단정하게 단추까지 채운 모습이었다. 결코 예의 없는 모습은 아니었다.

당시 TV 화면을 지켜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느낄 터이지만,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상의 단추를 풀어 젖힌 채 거만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삿대질하는 다른 의원들보다 훨씬 단정한 모습이었다.

단지 넥타이를 매지 않았을 뿐, 오히려 그를 질타하는 의원들의 모습보다 얼마나 더 단정한 차림이었는가.

그런데도 신영국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은 `선서 보이콧’을 선언하며 퇴장해 버리고 말았다.

국회 수장인 박관용 국회의장이 “양당 총무에게 충분히 사전설명을 했고 양당총무도 협의를 했다”고 소개하고 “여러분이 개별적으로 뜻을 밝히는 것은 좋으나 이런 식의 모양은 안좋다”고 말했는데도 안하무인(眼下無人)이었다.

사실은 이런 행동이야말로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 없는 행동이자,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과연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이처럼 예의없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만일 그가 한복 차림으로 나왔다면 그들은 뭐라고 했을까. 그래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처럼 예의 없는 행동을 했을까.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순간에도 그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의원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다.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나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므로 여러분도 나의 것을 이해해주고 존중해달라”고.

금배지라고해서 다 같은 금배지는 아닌 모양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득 담은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옹졸한 금배지를 단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그 들이 달고 있는 금배지는 금(金)이 아니고 색깔만 닮은 똥(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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