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 굴레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5-08 17: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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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어제 노무현 대통령과 소위 ‘코드’가 맞는다는 한 측근을 여의도 모 식당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재야시절 그는 상당한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지만 온건파로 분류돼, 소위 NL과 PD 그룹이 주류를 이루는 운동권 강경파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당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그가 신당과 관련, 이렇게 심경을 고백했다.

신당이 필요하지만, 국회의원들 가운데 선명신당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20여명에 불과합니다.

50여명이 통합신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20여명이 현재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개혁도 좋지만 내년 총선에서 떨어지면 안된다는 게 주요 원인입니다. 다분히 호남표를 의식한 때문입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정작 이 문제에 가서는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의 입을 통해 민주당 고민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지역당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정말 씁쓸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광주·전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일 밤 시내 용산구 한남동 한남클럽에서 모임을 갖고 신당문제에 대해 논의, 분당반대 등 4개항을 결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 의원이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의 법통과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데 모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은 ‘호남표 때문에 분당은 안된다’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렇다면 정말 정당개혁은 물 건너가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이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정치인,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정치인,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 등을 지칭하면서 ‘잡초정치인’이라고 낙인을 찍었듯이 국민들도 그런 정치인들을 더 이상 우리의 대변인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선명신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의원은 모두 호남출신이지만 지역표에 연연하지 않는 개혁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의원(전주 덕진)의 고향은 전북 순창, 천 의원(경기 안산을)은 전남 신안, 신의원(서울 강서갑)은 전북 남원이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벗어나야 한다는 원칙을 역설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은 `호남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당당한 주장인가.

사실 이제 특정 지역표를 의식한 정당은 사라질 때도 됐다. 국민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투표를 통해 그런 모습을 수차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우선 영남 출신인 노 대통령이 지역감정 타파를 주장해 호남표를 끌어 모아 당선됐다.

또 충청 표만을 의식, 창당한 자민련의 지금 모습은 얼마나 초라하게 되었는가.

세상이 이처럼 변했고, 유권자들의 의식이 이만큼 성숙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만 이 변화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지역당 굴레’가 뭐 그리 좋다고. 쯧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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