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이야기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5-14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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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당창당과 관련, 세간에 떠도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도사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이놈이 소신 있는 중도파인지 박쥐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것을 알아내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러자 도사는 너무 쉬운 질문이라는 듯 “과거 전력을 보면 알 수 있소이다. 양지만 쫓던 놈은 박쥐이고 음지에서 고생한 사람들은 중도파일 겝니다.”

그 도사의 말이 전적으로 맞는 것인지 어떤 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 16일 신당 워크숍 개최와 비공식 신당추진기구 결성을 앞두고 신·구주류가 세불리기에 돌입한 가운데 신당파와 반대파가 일단 29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밤 정대표를 비롯해 ‘비공식 신당창당 추진위’ 구성을 합의할 때 참석한 신당파 의원이 29명이고, 정균환 총무가 12일 2시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할 때 참석한 반대파 의원은 35명이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37명이 문제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김근태 의원 등 재야출신 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당연히 소신 있는 중도파로 분류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관망파들은 어디에 포함시켜야 할까.

만약 ‘햇볕이 어디로 드느냐’에 따라 행보가 달라지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박쥐와 다를 바 없다.

박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박쥐 가운데 비교적 흔한 종은 긴가락박쥐다.

이 박쥐는 채석장의 낡은 구멍 및 건물의 지붕 등에 군서(群棲)하며, 겨울에도 같은 장소에서 동면한다.

소신 없이 무리(떼거리)를 따라 다니는 습성을 가진 박쥐라면 분명히 긴가락박쥐다.

붉은 박쥐도 비교적 많은 수가 우리나라에 분포되어 있다. 이 종은 폐광이나 동굴의 깊은 곳의 천정에 1~2개체가 매달려 있다.

떼로 몰려다니지는 않지만 음침한 곳에서 기회만 엿보는 박쥐라면 틀림없이 붉은 박쥐다.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부 발견되는 박쥐 가운데 뿔박쥐라는 종이 있다.

이 박쥐는 다른 박쥐와 공서(共棲)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득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집하는 박쥐라면 그놈은 뿔박쥐다.

관망파들 가운데 이런 박쥐의 습성을 닮은 구석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를 박쥐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우리 지역구 출신 의원들 가운데, 긴가락박쥐처럼 ‘우우’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사람은 없는가.

또 붉은 박쥐처럼 음침한 곳에서 기회를 엿보다 양지만 쫓는 사람은 없는가.

혹은 뿔박쥐처럼 다른 박쥐와의 공서(共棲)를 거부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달하는 사람은 없는가.

유권자들은 이점을 눈여겨봐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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