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일보 후퇴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5-15 19: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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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본보에 ‘물류대란, 수도권도 비상’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갈 때만해도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화물연대측 요구를 정부가 상당부분 수용하는 모양으로 일단 마무리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개운치 못하다.

이러다 노조측의 ‘벼랑끝 전술’이 확산될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 때문이다. 아니, 강경파들의 득세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앞선다.

사실 참여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친노동자적’ 노동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는 산별교섭을 가로막는 장애물 제거, 노정 대화 채널 구축, 정부 핵심층에 노동계 인사 포진 등을 전개했고, 그동안 강경투쟁을 주도해온 민주노총과의 대화채널도 5년만에 복원시켰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입장도 과거 정부보다는 상당히 유화적이다.

공무원 기본권 보장 관련 입법을 위한 정부 주무부처가 노동부로 단일화되는 등 공무원노조 관련 입법작업에 속도가 붙고 는 것이 그 방증이다. 관련 법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확정하고 법안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졌던 공무원노조가 오는 22일과 23일에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더구나 공공연맹, 공무원노조, 교수노조, 교직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5개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연대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사태 전개과정에서도 정부 부처들 사이에 표면상 강경 대응이 주류를 이뤘지만 내용상으로는 대화와 협상에 상당한 무게를 둔 노정협상이 진행됐다는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화물사태가 물류대란, 수출대란 등 큰 상처를 남긴채 봉합되면서 정부부처는 물론 경영계 등 곳곳에서 새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러다 다시 보수 강경파들이 득세, 새 정부의 ‘친노동정책’을 일시에 뒤집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공무원도 노동자다. 당연히 노동자의 모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마저 화물연대 파업과 같은 모양새로 몰아붙인다면 새정부가 어떻게 ‘친노동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는가.

보수 강경론자들은 지금, 참여정부의 ‘친노동정책’을 비웃고 있다.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앞장서 ‘친노동자성’을 내비치면서 노동계의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는 바람에 너나없이 ‘벼랑끝 전술’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난이 힘을 얻으면, 결국 불리해 지는 것은 노조측이다.

한발 짝만 늦추면 된다. 참여정부는 이제야 시작이다. 우리 노동자 서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참여정부가 출발부터 ‘삐긋’ 거려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권리, 조금 후에 주장하고 지금은 새정부에 힘을 모아 줄 때다.

수십년을 기다려 왔는 데 잠시 더 기다리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필자는 그것이 십보 전진을 위한 현명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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