化粧한 민주당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5-21 18: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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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고사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좋은 물건을 간판으로 내걸어 두고 나쁜 물건을 팔 때 사용하는 말이다.

값싼 개고기를 비싼 양고기로 속여서 파는 것, 즉 겉으로 보기에는 훌륭한데 내용이 그만 못한 것을 가리키는 고사성어다.

지금 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당이 양두구육은 아닌지 적잖이 염려된다. 신당을 하긴 하되 민주당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계승하는 신당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당은 당초 선명한 개혁신당에서 후퇴, 민주당 소속 의원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신당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정대철 대표, 김원기 상임고문 등은 이강철 내정자의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구주류·중도파측에 적극 이해시키면서 신당 추진계획을 진행시킨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와 김 고문, 김상현 고문은 21일 오후 회동을 갖고 구주류측의 반발 무마 대책과 신구주류 갈등 양상에 대한 중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인적청산에 동조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헛발질로 사태가 악화됐다”면서 “슬기와 총의를 모아 신당을 예정대로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지역주의 표를 구걸해 정치적 생명을 연명하겠다는 구차한 발상 때문이다.
이런 신당이라면 말로는 신당이라고 하지만, ‘화장(化粧)한 민주당’에 다름 아니다.

신당이라는 양고기를 내걸었으나 속으로는 민주당이라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그동안 권력주변을 맴돌던 부정부패한 정치인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호남을 파는 지역주의 선동자들은 개고기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정치인들은 자숙하고 정계를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계 ‘추방 1호’ 정치인들을 내용물로 하면서 몇몇 참신한 인물들을 앞세워 ‘양고기 신당’ 간판을 내건다면 그것이 바로 ‘화장한 민주당’, 즉 양두구육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고기가 하루아침에 양고기가 되는가.

신당은 어디까지나 부패와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국민을 통합해 개혁과제를 완수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지역주의자, 부패한 자를 모두 아우르는 무분별한 통합신당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신당이라면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 시점에서 누군가는 총알받이가 되더라도 민주당을 빨리 떨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지역분열주의에 편승하는 정치구조와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을 함께 청산하지 않는 한 ‘화장한 민주당’, 혹은 ‘양두구육’ 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 시국에서 이뤄야할 통합은 개혁세력과 국민의 통합이지 지역주의자, 부패한 자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이 아니다.

신당 추진 관계자들은 이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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