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논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5-25 17: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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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금수와 다를 바 없는 야만 사회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배달겨레의 숭고한 사랑을 보존하려면, 가정과 집안이 절손과 멸망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숭고한 문화와 가족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기 위해 유림이 분연히(?) 일어서면서 내던진 격문이다

이들은 “우리 민족이 개·돼지와 다름없게 되는 꼴을 볼 수 없다”며 삭발까지 하고 나섰다. 이미 “호주제 폐지 반대의 뜻을 대통령께 알리겠다”며 ‘1000만명 국민 서명운동’도 시작된 상태다.

유림은 이렇게 말한다.

“호주제 폐지하면 나라가 망한다”

“호주는 나라의 원수와도 같다 … 폐지되는 날 우리는 ‘짐승’으로 전락한다”고. 그러나 왜 그렇다는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왜냐하면 호주제 폐지는 민법상의 가(家) 제도를 없애고 호주 중심의 가족 편제 방식을 바꾸자는 의미일 뿐이지 가족제도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주제가 없어진다고 가족제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록방식을 바꾼다고 가족이 해체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호주제 폐지 뒤 대안도 이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단점이 있고 논란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개인별신분등록제, 주민등록제도 수정·보완안, 가족부 등 세 가지로 크게 나뉘어 있다.

호주제는 합리적 이유없이 가족간의 종적 관계, 부계우선주의, 남계혈통계승을 강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남성은 ‘주인’이고 여성은 ‘동거인’일 수밖에 없었던 호주제와 관련한 민법개정은 지난1974년부터 거론됐으나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물론 1990년 정부는 호주상속을 호주승계로 변경하고 호주권 대부분을 축소했으나 여전히 불평등한 제도로 남아 있다.

오죽하면 1999년과 2001년 UN 인권규약 감시기구에서 우리 정부에 호주제 폐지를 권고하고 나섰겠는가.

사실 부계혈통만 우선하고 모계혈통을 무시하는 관행을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지구촌에서 단 한 곳, 한국뿐이다.

이제 그 오명을 벗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민관합동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이 탄생, 호주제 폐지 첫 걸음을 뗐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이르면 이달중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하기로 한 만큼 정부도 호흡을 함께하며가급적 내달까지는 정부 독자로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 유림이 그 발목을 잡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민족이 개나 돼지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호주제를 유지시키면 “우리나라가 미개한 야만인의 나라”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임을 왜 모를까.

호주제 폐지가 여성만을 위한게 아니라 인권과 평등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그들 스스로 인식하는 날이 언제나 될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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