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신당론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5-27 18: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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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신주류는 실제로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즉 진보정당을 하려 하면서도 민주당내 중도·보수성향 의원들을 합류시키기 위해서 통합신당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이는 민주당이라는 둥지에서 진보정당이라는 알을 키우다가 성장하면 날아가겠다는 것과 같다.”

그는 신주류 강경파의 신당 추진 움직임을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맡겨져 성장한 뒤에 날아가는 ‘탁란(託卵)’ 습성에 빗대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뻐꾸기가 개개비의 둥지에 알을 맡겨 키우게 하고, 이 알이 부화돼 다 자라고 나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법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데서 나온 비유다.

지금 국민들은 소위 신주류의 신당창당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들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개혁신당을 만들 의도라면 무엇 때문에 민주당 간판에 그토록 집착하느냐는 게 주된 비판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구주류는 민주당 해체를 전제로 하거나 민주당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신당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신당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구주류는 신당 추진세력이 당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를 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말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전통과 법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이미 껍데기만 남은 민주당에 그들이 그토록 미련을 갖는 것은 민주당 간판이 가지고 있는 이익, 즉 ‘호남 몰표 기대감’ 때문이다.

신주류도 민주당 간판을 남겨 두고 신당을 창당할 경우, 호남표라는 지역표의 이탈이 두려워 쉽게 떠날 수 없다.

민주당 간판만 없어진다면 신당이 수도권지역 등 각 지역에서 신당 바람을 기대할 수 있으나 그 간판이 남겨진 상태라면 그것은 일종의 도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해체’가 전제돼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민주당의 법통을 주장하는 구주류나 억지로 중도·구당파까지 신당에 합류시키려는 몸짓을 보이는 신주류나 모두 진실은 아니다.

이제는 서로가 가면을 벗을 때도 됐다. 신당 추진세력은 `뻐꾸기 신당론’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민주당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표면상 `통합신당’을 내걸고 중도·보수성향 의원들을 끌어들여 세를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 전부를 신당에 포함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더이상 민주당 간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모험 없는 신당, 그것은 ‘도로민주당’일 뿐이다.

또 ‘뻐꾸기 떠난 빈 둥지’를 지키면서 돌아오지 않을 개개비를 기다리는 구주류 역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뻐꾸기(DJ)가 떠난 둥지(호남)에 특정 지역표가 몰려 들 것을 기대하는 개개비처럼 어리석은 새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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