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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중도?이영란(정치행정부장)
춘추시대 제나라의 영공에게 별난 취미가 있었다.

그것은 궁중에 있는 미인들에게 남장을 시켜놓고 감상하는 일이었다.

이를 기화로 제나라 일대에는 남장미녀 바람이 선풍처럼 불기 시작했다.

급기야 궁중은 물론 민간에까지 거리마다 넘쳐나는 남장한 미녀들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놀란 영공이 궁중 밖에서는 여자가 남장을 못하도록 하는 엄한 금령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 법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남장미녀 소요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공의 말에 영이 서지 않은 탓이었다.

답답해진 영공은 재상인 안자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안자는 “전하께서는 궁중의 여자들은 남장을 할 수 있게 허락하시면서 백성들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이것은 양의 대가리를 문에다 내걸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어째서 궁중에서 남장하는 것을 금하지 않습니까? 궁중에서 금한다면 밖에서도 남장하는 여자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라며 ‘양두구육’의 비유를 들어 영공의 실책을 지적했다.

안자의 말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영공은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지시키라는 새로운 영을 내리는 한편 스스로도 더 이상 남장미녀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때부터는 제나라 거리에서 더 이상 남장하는 여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요즘 들어 ‘중도’ 아이콘이 확실히 뜨고 있는 거 같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의 정체성을 ‘중도’로 스스로 규정하며 ‘중도파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다.

더군다나 후속조치로 보수ㆍ진보 진영의 이념갈등과 계층갈등을 조정ㆍ완화하기 위한 사회통합위원회를 8월 중 출범시키는 ‘국정쇄신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자신을 보수 혹은 진보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27일 실시한 제2차 정기현안조사에 따르면 국민들 중 본인의 정치성향을 보수로 본다는 응답은 31.7%, 진보로 보는 응답은 32.1%에 그쳤다. 반면 자신을 중도로 보는 응답은 33.8%였다.

그러나 국민 10명 중 6-7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성향을 보수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진보성향과 중도성향 대부분은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포용과 통합의 내용으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65.0%)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나라 영공의 말발이 서지 않았던 이유를 돌아보자.

입으로만 외친다고 중도의 정체성이 저절로 형성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그 누구도 양두구육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모든 이가 나보다 잘났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중간은 될 것이다.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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