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1배’ 와 ‘삭발’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06-04 18: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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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 ‘3보1배’와 ‘삭발’이라는 초강수로 표출되고 말았다.

지난 3월 말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서 시작된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3보1배’가 31일 오후 2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개최된 ‘새만금사업 중단촉구를 위한 범종교인 기도회’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쳤다.

새만금 공사를 계속 한다면 환경파괴로 인해 후대에게 크나큰 재앙의 진원을 남기는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이들의 ‘3보1배’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동조기류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국회의원 중 과반수 이상인 150명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일시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서명에 동참하는,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엊그제, 이번에는 강현욱 전북도지사가 삭발하고 나섰다. 그의 ‘삭발’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전북의 지역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단은커녕 한시라도 빨리 완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을 호소하는 일종의 시위행위였다.

심지어 전주지역의 한 시의원은 혈서로써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는 무모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전북도 지역 공무원 45만명도 새만금 공사의 조기 완공을 주장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사표’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다가 이들은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중이다.

지금 필자는 새만금 사업의 향후 방향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좁은 지면에 그것을 논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보다는 극한으로 치닫는 집단의 목소리내기 방식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말하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각자의 주장들을 쏟아내느라 ‘좌충우돌’ 난장판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무수한 언론들이 마치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 정부의 사태해결 능력 부족 등을 문제인 것처럼 지적하면서 연일 질타성 기사를 토해내고 있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새정부 들어 갑자기 확대된 ‘자유’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

공무원 집단에서 지금 최고 통수권자를 향해 공공연히 ‘정권퇴진운동’을 들먹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자유’의 한계를 넘은 ‘방종’일 뿐이다.

‘자유’는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때 주어지는 ‘권리’다. 그러나 ‘자유’를 남용한다면 그것은 이미 ‘방종’이 되어 ‘규제’와 ‘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너나없이 과격한 집단행동으로, 혹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한다면 그 요구가 무엇이건 결코 정당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행여 방종으로 인해 모처럼 손에 들린 빵(자유)까지 빼앗기지 않을까 그 점이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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