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투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12-11 18: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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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도대체 기득권 층의 도덕불감증은 어디가 그 끝이 될까.

날마다 업그레이드되는 범죄쇼를 펼쳐보이는 정치권 때문에 지금 국민들이 밥맛도 없고 살맛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지난 대선에서 LG, 삼성 등 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서정우 변호사의 범죄행적이 화제다.

서변호사가 2002년 같은 해에 정치권력의 비자금 요구에 시달리는 ‘기업의 고충’을 호소하는 ‘변호사의 얼굴’과 바로 이 ‘기업의 고충’을 악용하여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기업들로부터 뜯어낸 유력한 대선 후보의 ‘자금책’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피아 집단을 능가하는 대담한 범행수법으로 눈길을 모았던 그에게 파렴치한 이중성의 이력이 덧붙여지는 순간이다.

그의 ‘트럭게이트’가 던져준 충격파가 정치권은 물론 우리네 일상에까지 무력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때다.

그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중공업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고 이건희 회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에서 피고측 담당 변호사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어떤 자리인가.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독해야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으로부터 독립은커녕 소속 그룹으로부터 152억 원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을 뜯어내는 정경유착을 자행했다.

그의 행위는 더더욱 용서받기 힘들다. 그는 정치권 비자금 조성에 협조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의 약점을 알고 이를 악용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지낸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기업체 인사들에게 불법자금을 강요할 당시 과연 그가 최소한의 인간적 갈등이라도 느끼기는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헛된 기대에 불과할 것 같다. 과거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변론에서 그는 “기업 측의 비자금 상납은 강요에 의한 행위”라고 항변하면서도 ‘기업으로 보면 뇌물은 투자’라는 억지 논리를 펴며 정경유착을 정당화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불법 대선 비자금 조성은 절대 잘못한 일이 될 수 없다. 어쩌면 그가 지금쯤 감방에서 억울함(재수없이 혼자만 걸려든)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분명 우리 사회의 기득권 계층에 속한 사람이다.
기득권이라는 건 무저건적인 혜택을 말하는게 아니다.

누린 만큼 사회적 책임과 부채의식을 동시에 짊어지는 것이다.
최소한 서변호사가 기득권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면 ‘뇌물이 투자’라는 1차원적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참에 서 변호사는 감옥에서 참회하는 심정으로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해 숙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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