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개혁?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3-12-20 18: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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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국회정치개혁특위가 진정 정치개혁 의지를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의 정개특위 행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정개특위는 자발적 산물이 아니다. 국회의원 명함 내밀기가 부끄럽게 된 현 정국상황을 의식한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조직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워 선거법 협상일정을 늦춰 왔다.

선거법은 선거1년 전에 마무리 해야한다는 입법조항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훈시규정이라는 편법을 동원, 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 둔 지금까지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특위일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 차 때문이다.

실제로 정개특위는 당초 정개협에서 120일로 제시한 예비후보자의 선거준비기간을 90일로 대폭 줄여버렸다.

현재 17일인 공식선거기간도 12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쯤되면 정치신인들에게 아예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그것도 모자라 현역의원의 의정보고회 금지기간을 단축한 것은 차라리 코미디다.

당초 선거일 90일전부터는 의정보고회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규제사항을 ‘선거일 30일전부터로’ 변경하면서 사실상 현역의원들에게 선거 30일전까지 의정보고회 형태를 빌어 무제한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개특위가 급기야 중앙선관위의 단속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발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인 자신들에게는 무제한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정치신인들에게는 손발을 묶어 두는 규제를 만들고도 모자라 선관위의 단속권한까지 제한한다면 ‘땅 짚고 헤엄치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말인가. 이런 형국이다 보니 정개특위의 개혁의지에 어떻게 믿음이 갈 수 있겠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사실 이해 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이 모여 선거법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지금대로라면 지금 정치권은 잿밥에만 관심이 있을 뿐 졸속처리 되는 정치개혁에 대해서도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는 듯 하다.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존재의 본질을 망각한 정치권의 무책임에 신물나기도 하지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를 마냥 수수방관 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쇠귀에 경읽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국회내에 범정치개혁협의회 같은 상시기구를 설치하자. 같은 맥락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 역시 지금처럼 정치인의 이해득실에 따라 널뛰게 하지말고 선관위 산하에 설치해서 정확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만들자. 또 선거법 위반과 관련, 죄질이 나쁜 사람에게는 두 번 다시 정치권 진출을 꿈꾸지 못하도록 하는 처벌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우리 정치판에 아직은 희망을 품을 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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