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재협상은 한국 이익 95% 삭감한 협상”

민장홍 기자 / 기사승인 : 2010-12-07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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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최고위원, 한미FTA 폐기 강력 주장
[시민일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한국의 이익 95%가 자동차라고 했는데 그 95%를 몽땅 삭감해버린 협상”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협상은 우리의 주도아래 우리의 국익을 더 지키고 확장하는 협상이 돼야하는데 거꾸로 미국의 이익을 위한 협상이 돼 버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FTA는 2008년 9월 2차 금융위기, 미국 월가의 붕괴, 그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서 봐야 된다. 상황이 달라졌다”며 “2008년 9월 이후 상황을 보면 세계적 금융위기의 가능성과 한국 경제가 세계적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럼 분명히 방화벽을 쌓는 걸로 가야 한다. 다른 나라에 불이나면 우리나라에 불이 못 오게 벽을 쌓는 것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금융건전성에 대한 규제강화가 핵심이었다. 한미FTA는 이것과 충돌한다. 2008년 9월 이후였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FTA를 추진 안했을 거다. 그걸 내다보지 못하고 2006년부터 FTA를 추진한 것에 대해 정치인 정동영은 말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 꿰뚫어 보지 못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다가오리라는 걸 못 내다본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주도하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면”이라며 “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것들은 첫째는 금융위기 상황이 바뀐 것에 대해 금융규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독소조항들, 특히 치명적인 것이 ‘투자자제소제도’라고 해서 미국 투자자들이 왔는데 우리 정부의 정책 때문에 손해 봤다고 해서 제소할 수 있게 한 것은 우리 공공정책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고치자고 얘기해야 할 판인데, 거꾸로 이번 FTA 재협사은 한국이 미국의 이익을 위한 협상이 돼 버렸다”고 질책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 이번 재협상 결과를 두고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 데 대해 “기본적으로 청와대 눈치 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재협상 시기와 관련, “협상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미국항공모함을 서해에 끌어들여놓고, 항공모함 렌트비용을 댄 것아니냐”며 “우리가 자주독립국가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그것은 김종훈 본부장 개인이 시기나 양보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한명밖에 없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1876년 병자수호조약 때 협상장 밖에 대놓고 위협을 가하는 일본의 기관포가 있었다”며 “ 말은 ‘조일통상조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굴욕적 불평등 조약이었다. 이번에도 항공모함을 서해에 끌어다놓고 역사적으로 굉장히 치욕적인 조약을 맺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재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한미동맹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국익을 팔아넘기는 협상의 뿌리를 캐보면, 안보실패에 대북정책의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남북관계 실패를 한미동맹에서 메꾸고 있는 셈이다. 남북관계가 위태로우니까 미국군대, 한미동맹의 바짓가랑이를 더 잡아야 하는 입장에 처한 만큼 더 많은 것을 내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자동차 분야가 아니라 우리의 자주권, 자존심,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체면을 몽땅 팽개쳤다는 점”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미 FTA 국회 비준에 대해 “비준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논하는 건 본질이 아니다. 명백히 '폐기'의 문제로 다뤄져야 할 사항"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그는 “이건 자존심과 자주권을 팔아넘긴 것이기 때문에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토론해서 반대냐 찬성이냐 논의하는 그런 한가한 차원은 아니다. 오늘 아침에 다른 당 의원들하고 모여 FTA 폐기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빚어진 남북 관계에 대해 “결국 주먹이냐 대화냐 둘 중 하나인데, 지금으로서는 주먹 선택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남쪽은 전쟁을 할 권한이 없고, 북쪽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며 미국과 중국도 전쟁을 말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안난다”고 거듭 전쟁불가를 강조했다.

그는 먼저 남쪽 상황에 대해 “남쪽은 전쟁을 할 권한이 없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함도 동원하고 전투기도 동원하고 해야 하는 데 전시 작전권이 없는 우리로서는 전쟁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권한이 없어서 전쟁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북쪽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은 전쟁 수행 능력이 없다. 기름도 없는데 어떻게 전쟁을 하겠는가. 내가 파악하기로는 북한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 경제 살리기가 현안인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현상유지를 최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전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 답은 명백하지 않는가.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실패와 한나라당 지지율 답보상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민주당이 미덥지 않은 것”이라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담대한 진보로 가야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선명히 하는 게 시급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지난 달 발표한 여론조사가 있는데, 한나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이 38%인 반면, 다른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이 62%로 나와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며 “결국 우리가 하기에 달린 건데, 연합정치가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천만 해도 한나라당이 구청장 후보 10명을 내서 다 떨어졌다. 인천이 호남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상황을 뭐라고 설명할건가. 야권이 연합하니까 한나라당이 전멸한 거다. 대선에서도 연합으로 한나라당 후보와 1: 1 구도로 붙으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그 핵심에 당이 집중해야 한다”고 ‘야권연합’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치는 왜 하는가. 왜 정치인이 됐는가. 중견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목적은 무엇이고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다소 원론적인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가슴 속에 있는 생각들을 개인화하지 않고 세상에서 현실로 만들어보려는 포부,, 세상에 대한 개인의 꿈을 펼치는 수단으로 정치를 선택한 것이다. 내게 있어서 구체적인 꿈은 대내적으로는 복지국가인 것이고, 바깥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라며 “평화와 복지 두 가지가 우리가 가야 할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최근 스웨덴을 다녀온 그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해외에 가보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있는데, 스웨덴이다. 스웨덴을 둘러보며 우리가 한꺼번에 스웨덴 수준까지 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입구에는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유아학교를 방문했는데 1살에서 5살 아이들에게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 보다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구립 공립유치원에 유아 1인당 연간 3만 불 이상을 지원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 아이 때 최상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가 있었다. 유아교육에서부터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보편적 복지의 시작으로 보는 개념을 엿볼 수 있었다 ”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복지를 보육, 교육, 실업보험, 직업훈련, 건강, 노인, 요양, 노후연금까지 하면서 또 그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경제성장으로 연결시키고 있었다”며 “복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었는데 5000만 국민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우리 정부와 비교돼 부러웠다"고 토로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현 정부는 전략이 부재할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의지도없다. 툭하면 누가 좀 도와주지 않을까 하며 남의 바지자락 붙들 생각만 하고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 봐라 얼마나 당당한가. 이 정부는 역대 이래 가장 비굴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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