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인가 ‘활용’인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1-15 19: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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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안기부 자금 횡령인가, 불법정치자금 활용인가.
안풍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13일 강삼재 의원의 변호인에 의해 안풍자금으로 지목된 940억 원은 안기부 횡령 자금이 아니라 YS의 정치비자금 중 일부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강의원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한 ‘직접적 증거물’을 언급하며 후속타를 예고하고 있다.

그 정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간단히 넘길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덕분에 ‘YS의 입’이 새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비단 강의원 한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기부자금 횡령 혐의를 뒤집어쓰고 940억원 변제의 책임을 안고 있던 한나라당으로서도 이번 ‘폭탄’ 발언은 눈이 번쩍 뜨일만큼 반가울 것이다.

그래서 지난 14일 낮 ‘민주동지회’ 신년하례회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그 자리에 참석한 YS로부터 어느 형태로든 반응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YS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래도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저리 가라니까”라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그동안 파격적이고 직설적 화법을 동원해 국정 비판을 즐기던 YS로선 이례적인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는 역대 전직대통령 가운데 가장 다변의 실적을 남긴 당사자다.

YS의 침묵 대응은 그에 대한 의혹을 깊게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요인이 될지 모른다.

YS는 재임시절 ‘정치자금은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누누이 외쳐왔었다.

유난히 청렴성을 강조하는 바람에 당시 청와대 오찬은 ‘칼국수’ 단일 메뉴으로 일관했었다.

또한 ‘역사바로 세우기’를 통해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과감한 개혁의 칼날을 휘두른 과감성을 보인 사람도 YS다.

그랬던 그가 지금 자신의 측근이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에 처해있는데 입을 꼭 봉한 채 묵비권을 행사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아랫사람의 뒤꽁무니에 숨어 안일을 구하려는 비겁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지금 YS는 32년 간 군사독재와 싸워 민주주의 쟁취 운운하는 흘러간 옛 노래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독재정권에 맞서 단식을 하다가 굶어죽을 뻔한 영웅담도 이미 그를 감싸줄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강의원 역시 스스로 사사로운 ‘관계’에 매달려 국가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삐뚤어진 영웅심일 뿐이다.

두사람 모두 한때 국정의 최고위치에서 역사 바로세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지난날을 돌이켜 보라.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스스로 역사를 바로 세워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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