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답이 아니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1-28 18: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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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총선 정국에 들어선 정치권이 난데없는 ‘청문회’ 때문에 어수선하다.

얼마 전 한나라당이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던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대표 단식농성 끝에 민주당 조력으로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그리고 그 특검은 현재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같은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해야한다며 야당간 공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대선자금에 관해 ‘차떼기당’ 비난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은 민주당 공조 제안에 적극적일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오늘 민주당 최명헌 의원이 27일 비공개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측에 L그룹에서 75억원 받았다’고 보고했다는 기사가 28일 한 조간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하며 터져 나왔다.

거기까지만 이었다면 민주당은 ‘호재’에 동한 한나라당의 화답으로 청문회가 진행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홍사덕 총무는 “민주당에서 제기한 것만으로도 청문회를 실시하기에 충분하다”고 반겼고 법사위 간사인 김용균 의원도 “민주당이 노 대통령 불법대선자금 관련 자료를 상당 정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믿고 청문회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가세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간 직후 발끈한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최의원에 대해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당사자인 최 의원은 현재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국회에서가 아니면 얘기할 수 없다”며 급기야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로선 ‘아니면 말고’ 식의 면책특권을 악용한 국회 폭로전 혐의를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최의원의 ‘폭로’가 전략에 의해 터져나온 ‘흑색전’의 일환이라면 그것은 분명 ‘악수’다.

어려울수록 여유롭게 사태를 판단해야 한다. 어렵다고 이 것 저 것 조급하게 건드리다보면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지게 된다.

설사 현재 민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청문회 개최 요구는 문제가 많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바야흐로 정치권 전체가 판갈이 수준으로 개혁되고 있는 중 아닌가.

그동안 ‘관행’이라는 미명아래 저질러졌던 정치권의 불탈법 행위가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어 던진 검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스러지고 있다.

더구나 같은 사안에 대한 특검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 자료가 있다면 특검에 제출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리한 청문회 진행은 정략적인 정치공세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정쟁에 지친 국민들은 이를 또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상대방을 깎아내려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선거전보다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백 번 더 나은 선거전략이다.

정치개혁의 순도를 떨어뜨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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