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걸 기록하는건 의미가 없지요”

관리자 / 기사승인 : 2011-05-16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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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사진展 ‘판단의 보류’…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서
사진가 백승우(38·사진)는 이미지가 가진 사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틀기를 시도한다.

변형과 재구축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사이에 숨겨진 세계의 틈새를 포착한다. 작업을 통해 사진 이미지가 제시하는 사실이나 진실성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또 사실과 다르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서울 소격동 아트서재센터에 ‘판단의 보류’란 제목으로 건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이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어온 것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반적인 사진 작업방식과는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는 그는 “사진을 전공한 콤플렉스 때문인 것도 있고 유학시절 어느 순간 1990~2000년대의 사진이 그저 보이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미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상을 찍고자 리서치를 하다 보면 이미 수만 가지의 관련된 이미지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그 중에는 나보다 더 잘 찍은 것들도 있다. 그걸 보면서 누가 어떻게 더 잘 찍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이미지가 어떻게 의미 있게 쓰이고 재배치되고 가공되느냐가 나에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븐 데이스’(2010~2011)는 21점의 사진 연작이다. ‘월요일 아침’이나 ‘월요일 오후’ ‘월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으로 구성된 시리즈다. 작가가 월요일부터 일요일의 하루를 각각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눠 작품 제목을 먼저 정하고 찍은 사진이다.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제목에서 기대되는 내용을 전복시킨다.

결과물이 달라지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를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은유다.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한 신작 ‘아카이브 프로젝트’(2011)도 눈에 띈다. 작가가 촬영한 사진과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시간, 공간, 용도가 각기 다른 이미지들을 교묘하게 조합했다. 마치 실재하는 하나의 장면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이미지들은 장소도 시간도 모두 다른 곳이지만 묘하게 이미지라는 코드로 엮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자 하는 관람객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메멘토’는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모아 작업한 작품이다. 미국의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5만여장의 사진에서 2700여장을 추렸다. 그리고 자신이 초대한 8명에게 8장씩 고르게 하고 제목을 붙이도록 했다.

작품에 사용된 사진은 미국을 여행 하면서 마켓에서 1~2달러에 구입한 것들이다. “사진에 담긴 이미지들은 누군가 잘 정리해 놓은 의미 있는 것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며 “사진으로 기록된 일상의 기억이 얼마나 임의적이며 왜곡되기 쉬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 이미지의 객관성, 직접성, 보편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프레임 안팎으로 감춰져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백씨의 작품들은 7월31일까지 볼 수 있다.

문의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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