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승리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2-10 19:50:3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9일 국회에서 거인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도움 아래 대승(大勝)했다.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을 가볍게 처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날은 한나라당이 정말 오래간만에 자신의 승리에 도취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었을 것이다.

원내 과반수를 넘는 막강한 파워로 그가 누구든, 비록 부패혐의자라고 할지라도 한방에 석방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정당이라는 것을 만 천하에 널리 알렸으니 어찌 ‘희희낙락’거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그 승리가 국민을 위한 승리가 아니라 자신들만을 위한 승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열렬한 팬들조차 국회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즉,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오만한 모습에 실망하고 있는 터다.

현안은 미뤄 놓은 채 천연덕스럽게 제 식구 감싸기 같은 추태나 재연하고 있으니 정치판 전면 물갈이 여론이 비등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운동시합이든 국회표결이든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승리 자체보다 어떤 승리를 하느냐 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팬조차 외면하는 시합이라면 의미를 부여할 수 없듯이 국민이 외면하는 국회라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신선한 패배가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8일 강서을 열린우리당 경선에서 패배한 김성호 의원의 모습이 그 단적인 사례다.

그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 일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 김 의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무려 500여건 이상의 격려글이 올랐고, 그 자신도 곳곳에서 걸려오는 격려 전화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고 한다.

한 네티즌은 “정치 꼴이 보기 싫어 이런 나라에 살아야 하나는 회의가 자주 들었습니다.

당신의 행동은 저에게 희망을 보여주었고 이제 당신의 말은 어떤 국회의원보다 더욱 힘있고 살아있을 겁니다”라는 격려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어찌보면 경선에 승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사실 ‘아름다운 패자’라며 호들갑을 떨만큼 주목받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가 워낙 불복·반칙문화에 젖어있기 때문에 이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승자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질타의 소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반면 패자인 김성호 의원에게는 연일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한나라당은 승리하기 위해 반칙을 했다.

반칙으로 얻은 승리,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는 승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승리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