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의 ‘들보’부터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2-18 19: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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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대선 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간 정치인들은 참으로 길고 긴 업보의 터널 때문에 죽을 맛이겠다.

당적 변경 직후부터 철새행각을 벌였다는 여론의 공격에 의해 죽지 않을 만큼 몰매를 얻어맞더니 같은 문제로 시민단체가 선정한 낙천낙선 대상 그물에 갇혀 총선을 앞두고 좌불안석 신세가 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난데없는 이적료 문제가 터져 나와 강펀치를 날렸다.

뇌관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이동하면서 ‘이적료’ 명분으로 당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것.

아직 사실여부가 완벽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꼼짝없이 ‘파렴치범’으로 몰려 정치생명을 끝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한번의 선택 때문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꼴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11명의 의원들이 당에서 최소 2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이적료 명목으로 지원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영일 의원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의 검찰 진술에서 포착된 단서니 만큼 어느 정도 무게는 실렸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들이 스카우트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은 한나라당 재정국들이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뜯어낸 불법자금 중 일부였다고 한다. 당 차원에서 조성된 불법자금을 사용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들은 여지없는 공범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의 당적 변경 행위를 ‘역사적 결단’이라거나 ‘정치적 소신에 따른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합리화시켜왔던 만큼 이로 인한 정치적 타격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결과를 두고 봐야 하겠지만 검찰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추악한 뒷거래로 국정을 농단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현재 검찰로부터 당적 이동 당시 스카우트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당사자는 강성구, 김원길, 김윤식, 박상규, 원유철, 이근진, 이양희, 이완구, 이재선, 전용학, 한승수 의원 등이다.

지금 해당의원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해명하고 있지만 결국 돈을 받아 쓴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들이나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구구한 변명에 매달리지 않는 게 낫다. 어설픈 ‘말장난’으로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불법 자금이 입당의 댓가로 쓰이는 것은 잘못이지만 선거운동자금으로 쓰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궁색한 논리는 듣는 이도 재미없고 당사자들에게도 득이 되질 않는다.

잘못에 대한 철저한 자백과 반성, 그리고 정치생명을 마감할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자신을 믿고 표를 던져주었던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지금은 남의 눈에 들어있는 티끌을 나무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스스로의 눈에 들어있는 들보부터 들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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