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할말이 있는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2-22 19: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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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역사 속에서 우리는 종종 선인들의 기개와 정조가 꽃으로 승화된 흔적을 만나게 된다.

명분없는 일신상의 안위보다 차라리 소신으로 죽음을 택한 그들이었다.

고려말 이방원의 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선죽교에서 불귀의 객이 되기를 자처한 정몽주의 절개나 조선조 초 단군을 섬기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차라리 죽음을 택한 사육신의 기개가 그랬다.

그리고 그들은 시공을 초월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됐다.

엊그제 철새의원 이적료 지급 등으로 구설에 오른 한나라당이 또 다른 대형사고를 쳤다.

대선 직전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 측 김윤수 특보에게 불법자금 5억원을 건네고 “이의원이 한나라당에 유리한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의원 측 김 특보가 대선 직전인 재작년 12월초 이회창 후보 특보였던 이병기씨로부터 현금 5억원이 나뉘어 담긴 사과상자 2개를 건네받아 이중 2억5천만원을 착복, 개인 빚 변제에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만 이 의원의 부인 김은숙씨에게 건넸다.

이번 검은 거래에 사용한 자금은 지난 대선 전 한나라당이 기업으로부터 차떼기로 끌어 모은 돈의 일부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을 것이다. 이번 일만 해도 그들이 쓴 돈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너무 쉽게 벌어(?)들인 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마구잡이로 써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중간의 배달사고 부분을 제외시킨다 해도 이 의원은 졸지에 2억5천만원에 정치생명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이 의원이 소속 당 총재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반노무현 전선에 서서 독자적 행보를 보인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듯 보인다.

작금의 정치권의 검은 거래 수법은 범죄집단의 그것을 능가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자탄이 나올 정도다.

또 과거보다 훨씬 냉정해진 검찰 수사로 인해 정치권은 스스로의 오랜 보호막을 벗고 세상 밖으로 던져진 처지가 됐다.

지난 번 당적을 옮긴 의원들에게 뿌렸다는 1인당 이적료 2억원 설도 그렇고 이번 이인제 의원 매수 자금 5억원설도 그렇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돈을 받고 정치적 행보를 정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명백한 정치적 매춘행위 아닌가.

그동안 국정을 농단했던 것에 대해 무한대의 책임을 통감해도 모자랄 판에 이리저리 구차한 변명을 꿰맞추며 책임전가에 바쁜 그들의 모습이 역겹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입을 통해 ‘말’을 남기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부끄러움부터 챙겨라.

정치보다 인간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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