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필연이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3-01 2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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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3.1절’ 아침, 여전히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을 생각하니 우울하다.

더구나 “3.1운동의 정신을 받들어 대한민국의 번영과 한민족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더욱 정진할 것”이라는 한나라당 3.1절 논평을 접하고부터는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 3.1 운동 정신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니 기분이 더더욱 그렇다.

각고의 진통 끝에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원회를 힘겹게 통과했던 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 29일 본희의 안건 상정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또 다시 기득권층의 두터운 장벽에 막혀 표류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친일진상규명법과 관련, 여야는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24시간 이내에 본 회의에 상정하려 할 경우 교섭단체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본 회의 개의 전 상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법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나라당 측 반대에 부딪힘에 따라 사실상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게 됐다.

숫적으로 우세한 한나라당은 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심지어는 정치적 음모설까지 제기됐다. 이날 한나라당 측 모 의원은 그동안 특별법 통과를 위해 애써왔던 김삼열 독립유공자 유족회 회장 등을 ‘민족사적인 큰 권한이나 가진 듯 애국심을 전매특허 받아 선량한 국민을 매도하는 ‘괴한’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심각한 것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아무도(법사위 참석중인 의원들)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언 당사자도 크게 부끄러워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잘못된 친일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비애를 단적으로 드러낸 풍경이 아닐지.

56년 전 반민특위법이 무산된 이래 60여년이 자나도록 친일청산이 미완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지금,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급기야는 “독립운동을 한 선친을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원망스러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립투사 후손들의 울먹임이 한맺힌 통곡으로 튀어나오는 지경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이 사회가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친일후손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친일청산 방해공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범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 자가 국립묘지에 이장되고, 매국노의 후손들이 친일 부역의 대가로 받은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통해 되찾고 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피와 생명을 바쳤던 이들의 후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약자층으로 전락돼 허우적거리고 있고 나라를 팔아 호위호식했던 친일 후손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모순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과거는 제대로 된 미래를 가로막는 장벽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미래를 열기 위한 역사바로세우기는 필연적 과정이다.

무엇보다 국회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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