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지침의 악몽?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3-16 20: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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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광풍을 주도했던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요즘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측면으로 볼 때 거의 외계인 수준이다.

특히 방송언론에 대한 그들의 피해의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이성적이다.

이들이 연이어 보여주고 있는 언론대응 관련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무소불위의 권력-대통령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을 휘두르고 있는 국회의원이 맞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다 문득 이들의 행동심리가 어쩌면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역사 속 배경 하나가 떠올랐다.

12·12쿠데타 이후 등장한 신군부가 언론 통제를 위해 사용했던 이른바 ‘보도지침’ 사건말이다.

제5공화국 시절, 정부가 각 언론사에 대해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대중조작을 시도한, 이른 바 ‘보도지침’ 내막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86년 9월 해직 언론인들의 폭로에 의해서다.

당시 정부는 ‘가, 불가, 절대불가’ 등의 구분을 통해 각종 사건이나 상황, 사태 등의 보도여부는 물론 보도 방향과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결정해 각 언론사에 시달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언론의 제작까지 전담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는 계엄하인 1980년 11월의 언론기관통폐합에 이어 12월 언론기본법을 제정하여 언론통제의 기초를 마련하고, 일상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계엄하의 언론검열단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으로 문화공보부 산하에 홍보조정실을 신설하였다.

그러나 홍보조정실은 형식적인 부처였고 사실상 보도지침 등 모든 언론 통제는 대통령 정무비서실에 의해 진행됐다.

구태여 과거사를 돌이키는 것은 탄핵 정국의 후폭풍 현상을 그저 ‘편파적으로 보도한 언론 탓’으로 돌리며 ‘협박’으로 대응하고 있는 야당의 답답한 현실인식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지금 야당의원들 중 상당수가 그 당시 보도지침 역사에 함께 했던 인물이다. 그들 중 일부는 언론통제를 주도하는 측에 있었고 또 일부는 방조내지는 동조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보도지침’ 내막을 세상에 폭로했다는 이유로 관련 당사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를 뒤집어쓰고 구속까지 됐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지금 야당의원들은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행태가 20년이 훨씬 지난 이 시점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인식의 한계다.

그래서 자꾸만 오판이 반복되고 있고 죽어나는 것은 당원들이다.

아서라, 지금 탄핵정당성 여부에 매달려 여당과의 대결국면을 보이고 있는 야당지도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그나마 당신들의 깽판으로 중심을 잃고 허둥거리고 있는 당원들에게 민폐를 덜 끼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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