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보이코트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3-22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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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4·15총선 보이코트를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22일 민주당 일각에서 느닷없는 ‘총선 보이코트론’이 제기됐다.

강운태 사무총장에 의해서다.

강 총장은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민주사회에 기본이 법치고 법치의 기본은 선거”라면서 “불법이 판치는데 선거가 의미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총선 보이코트’ 의중을 내비쳤다.

강 총장이 제시한 총선을 보이코트해야 한다는 근거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무법적인 불법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이 이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강 총장의 총선 보이코트 명분이다.

그러나 최근 실시되는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과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강 총장의 발언은 현실 인식의 미숙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수도권 지역만 해도 원내 의석을 아직 단 한 석도 갖지 못한 민노당보다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시점이다.

최근 KBS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40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단 한곳에서도 1위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2위를 한 곳도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며, 나머지는 3위나 4위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당선권에 근접해 있던 후보들조차 이번 탄핵 핵폭탄에 의해 거의 절대절명의 신세로 곤두박질 쳐진 상태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뛰고 있는 사람들은 당 지도부에 손해배상 청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당 중진이라는 사람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긴박한데도 여전히 ‘굳건한 자기 논리’에 빠져 엉뚱한 소리나 해대고 있다.

당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과 총선의 비관적 전망, 이를 배경으로 한 당 내부의 지도부 사퇴공방 및 탄핵철회 시시비비를 둘러싼 위기상황에서 고작 나올 수 있는 구당책이 총선 보이코트라니.

아직도 민주당이 쥐고 있는 헤게모니가 남아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히 착각일 뿐이다. 어차피 총선을 치러도 의석을 얻지 못할 바에야 ‘깽판(?)’이라도 놓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번번히 자충수에 올인하고 있는가.

오늘 날 민주당이 백척간두 같은 처지에 놓인 것도 따지고 보면 당 지도부의 이같은 안일한 상황인식 탓이 크다.

자기 반성 없이 계속 그렇게 남의 탓만 해봐라. 남는 결과는 결국 공중분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한 판단을 통해 나아가야 할 순간과 멈춰서야 할 순간을 제대로 구분해 당을 이끌었다면 당의 운명이 이렇게까지 전락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 지도부의 현명한 상황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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