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約인가 空約인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3-25 21: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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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오는 4.15 총선의 최대 이슈는 ‘개혁’이다.
그런데 각 당은 여전히 선심공약을 남발하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어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실제로 각 정당은 공약에 소요되는 비용 계산이나 비용확보방안, 현실성 등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장밋빛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현재 월평균 3만5000원인 사병봉급수준을 20만원으로 지금보다 무려 5.7배를 인상한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예비군 훈련수당을 1일 3만원씩 지급토록 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예비군 동원훈련도 2년을 단축시킨다고 한다. 물론 군인과 예비군을 의식한 선심공세다.

또 민주당은 현재 24개월인 군복무 기간을 21개월로 단축하고 안보환경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18개월까지 조정한다고 한다.

게다가 임대주택을 무려 250만호나 건설한다고 하니 도대체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려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430개 노후불량지구에 2조원 지원해 주택개량을 하겠다는 약속이나 재해복구비 정부보조율을 농경지 100%, 농림시설 50%로 상향조정한다는 약속 등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격이다.

이들 정당들은 각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공약실천에 따른 비용계산이나 비용확보방안, 국내외적 요소를 감안한 현실성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실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태라면 모르긴 몰라도 각 정당이 제시한 정책공약 중 상당수는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정당은 저마다 정책의 우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정당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각 정당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公約)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노라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책을 근거로 지지정당을 선택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표면과는 다르게 오히려 방만한 정책 남발로 정책선거를 방해하는 주체가 각 정당일지도 모른다는.

만에 하나 공약(公約)이 선거전을 위한 소도구라는 인식하에 ‘실행’보다는 ‘수립’에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당장 마음을 고쳐먹는 게 좋을 것이다.

적당한 연출만으로 눈속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은 물론 나라 전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크나큰 시대적 오판이다. 또 과거처럼 잘나가는 정치인 몇 명이서 정치판을 좌우할 수 있다는 착각도 당연히 삼가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알고 민심과 함께 하는 길만이 그나마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이번 탄핵정국에서 배우지 않았는가.

그런 차원에서 총선공약에 좀 더 신중한 고민이 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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