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다물라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3-31 20: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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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드디어 오늘 그 막을 내렸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했던 바대로 ‘특검’ 위용에 걸맞는 내용물은 없었다.

김진홍 특검팀은 대통령 측근비리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 비서관이 대선전후 해서 받은 4억9100만원뿐이고, 나머지 의혹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일국의 대통령을 탄핵의 시험대에 올리는 위력을 발휘했던 실체치고는 대통령 측근 비리라는 어휘를 붙이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초라한 ‘건수’다.

특검 결과에 대해 특히 불만인 야당들은 여전히 ‘말’들을 쏟아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국민은 특검팀에 자장면 특을 시켰는데 정작 배달된 것은 보통만도 못한 자장면이 배달됐다”면서 “특검을 탄핵할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탄스럽다”는 견해를 밝혔고 김재두 부대변인은 “특검의 수사 결과를 수긍할 국민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한나라당 배용수 대변인은 “면죄부용 수사로 끝났다”며 불만을 제기한 반면 같은 당 소장파 남경필 의원은 “특검팀 자체 내의 수사력 부족에 따른 결과이기는 하지만 정치권이 나름대로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정치공방 차원에서 특검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는 자수버전의 속내를 내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권은 이날 김 특검팀장이 정치공세의 도구로 특검이 악용되는 문제점과 개선 방안, 그리고 입법과정에서 수사대상과 목적에 대한 명확한 사실규명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사항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김 특검 말을 토대로 한다면 정치권은 자신들이 목적한 ‘대통령 잡기’에 급급해 탄탄한 기초공사는 안중에도 없이 특검을 밀어부치는 우를 범한 당사자다.

그래놓고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이번에는 특검을 특검해야한다는 식의 수준이하의 논평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내놓고 있다.

안밴 애기 낳으라는 생떼도 아니고 대통령 측근비리 혐의가 당초 목적한 것보다 약하다고 해서 무조건 부실수사고 편파수사로 몰아붙이다니.

정쟁에 눈이 어두워 욕심껏 국민 혈세를 낭비한 장본인들이 결과에 대해 승복할 생각은 조금도 없이 ‘남의 탓’에 열을 올리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사람에 들어가는 혈세가 어지간한 금액이 아닌 터에 이후 무노동 무임금 적용 차원을 넘어 국회의원들에게 국정에 끼친 해악의 정도를 가려 받아간 세비는 물론 이를 보상하는 벌금부과 제도 같은 것을 신설해야 한다.

일종의 혈세 낭비 방지책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혹 지금처럼 당리당략에 온몸을 던지는 어리석은 정치권의 추태는 안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죄를 지었으면 최소한 자숙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인간이 가진 기본이다. 그 입 좀 제발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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