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부메랑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4-11 18: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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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흑색선전이 동원돼 선거판을 유린하고 있다.

흑색선전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색깔론’이다.

색깔론은 그동안 기득권층과 보수·수구 세력들이 입지가 불리해지거나 어떤 도피처가 필요 할 때마다 내세우곤 했던 단골 버전이었고 무엇보다도 주요 시기마다 등장해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위력을 발휘해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16대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고 11표차로 국회 입성을 포기해야 했던 허인회 후보도 흑색선전 피해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선거 3일전, 지역 곳곳에 ‘허인회는 간첩’이라는 내용의 유언비어가 속수무책으로 퍼져나갔다. 훗날 간첩 누명은 벗겨졌지만 대세는 이미 끝난 뒤였다.

지난 10일 열린우리당 대구시당 김충환 사무처장은 ‘색깔론’ 등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한나라당 이한구 후보를 고소·고발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의 실미도 방문을 비난하는 논평 중에 “세 명의 친형이 월북한 김 의원”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어디 그 뿐인가.

또한 열린우리당 측 인사나 출마후보들의 색깔(?) 전력을 기재한 출처불명의 불법유인물이 전국을 대상으로 나돌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탄핵을 심판 중인 헌법재판소에서조차 색깔론 공세가 이어질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인단은 헌법재판소 3차 변론에서 강도높게 ‘색깔론’을 제기했다.

특히 소추인단 대리인인 이진우 변호사는 재판부가 나서서 만류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색깔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느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가 누구인가. 그는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제 5공화국의 핵심 인물이다.

물론 군사쿠데타 핵심 세력인 그가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을 리 만무하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 맞는지 조차 의심될 정도다.

이념의 극한 대립 상태에서나 존재해야 하는 냉전 논리가 아직도 버젓이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도 그렇고 이에 기생하려는 정치권도 그렇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사실 ‘정치개혁’을 화두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그 ‘빨간색 유희’로 분통을 터뜨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색깔론 망령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는 독을 독으로 보지 못하는 위정자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이 거의 되다시피 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막판에 왜 패자로 남게 됐는지 돌이켜보자.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색깔공세에 매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자타의 패인 분석이다.

역사는 부메랑이다.

‘자승자박’이 될지 ‘구명줄’이 될지 그것은 던지는 자의 선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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