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상용이라니…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4-26 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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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서울시가 경쟁력제고 차원에서 앞으로 공무원들은 회의할 때 영어만 사용하고 공문서에도 영어를 섞어 쓰도록 하겠다는 영어상용화 정책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민심과 동떨어진 행정으로 민심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언어가 무엇인가.

한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자존의식과 직결된 존재라 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프랑스인들의 모국어 사랑에 대한 일화다. 프랑스인이 갖고 있는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은 유별나다 못해 과격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나라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조차 그들은 은근히 ‘불어사용’을 강요할 정도다.

설사 영어를 할 줄 알아도 길을 묻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은 결코 영어로 길안내를 하지 않을 만큼 국수적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94년 프랑스 의회에서 통과시켰다가 당시 국제여론으로부터 ‘프랑스어 쇄국정책’ ‘영어에 대한 선전포고’ 등의 비난을 받아야 했던 ‘새 프랑스어 보호법’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프랑스 국내의 모든 상표와 광고 글귀는 프랑스어로만 써야 하고, 학교와 공문서·방송·국제학술대회에서도 의무적으로 프랑스어를 써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심지어 직장·식당·공공 교통수단 등 공공장소는 물론 특히 수입상품의 경우 통관 서류는 물론 광고나 사용설명서·보증서까지 프랑스어로 써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최고 2만 프랑(약 28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로부터 한 달 뒤, 프랑스 헌법위원회에 의해 ‘정부의 공문서를 비롯한 각종 공적인 활동에 사용되는 문서에는 국가가 프랑스어의 사용을 의무화할 수 있어도 민간인들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긴 했지만 프랑스인들이 모국어에 갖는 집착과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한글은 이미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에 대해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세계 공용어로 쓰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렇게 우수한 모국어 대신 영어 상용을 강요하고 있는 시 정책은 한가지 밖에 보지 못하는 편협함을 드러내고 있다.

요즘 자주 민의와 충돌하는 시정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절로 떠오른다. 자칫 잘해 보려다 ‘자충수’로 낙마하게 될까 조마조마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명박 시장님, 민심은 이렇게 충고 하고 있네요. 잠시 귀를 기울이시길….

“영어만 잘한다고 세계화, 일류국가가 됩니까? 한글날을 없앤 것에 이어 영어를… 부끄럽습니다”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더욱 더 깊이 생각한 후 정책에 반영해 주시기바랍니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에는 국민에게 먼저 물어보고 결정하심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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