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용퇴’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5-17 20:55:0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이제 저는 구청장 후보의 꿈을 접고 구민 여러분의 가까운 이웃으로, 그리고 허물없는 이웃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지난 17일 중구 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였던 전장하후보는 사무실 개소식 자리를 통해 “그동안의 입장을 접고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사무실 개소식이 패쇄식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며 이 자리에 참석했던 지지자들은 뜻밖의 발표내용을 들으며 여기저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걔중에는 그의 불출마 소식에 실망이 큰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식장을 빠져나가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날 그는 준비한 연설문을 통해 자신이 후보공천 심사에서 탈락될 것으로는 예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천탈락은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며칠간 고심한 끝에 평당원으로 남아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로 결심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설도중 만감이 교차하는지 울먹이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그의 마음 고생은 극심한 것이 역력했다.

왜 아니겠는가. 느닷없는 공천탈락은 그 자신이 고백했다시피 참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것이다.

지난 2월 서울시 1급 공무원이었던 그가 명예퇴직을 결정하고 중구의 구청장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뛰어다닌 시간이 어언 4개월이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허리띠 구멍이 몇 개나 줄어들 정도로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찬바람, 눈보라를 헤치며 뛰어다닌 순간순간들은 고스란히 집착으로 남을 만한 시간들이다.

무소속을 출마하는 주위의 권고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결단을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제대로 판단하는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운 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보인다.

그가 자신의 결단을 밝히는 자리에 있었던 참석자들부터 몇차례 반복해가며 받았던 박수세례는 결코 의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진정성 때문에 가슴에 간직해 든든한 힘으로 위안을 삼아도 될 만큼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박수였다.

그의 용기있는 결단에 지지자들이 칭송과 감동을 함께 섞어 보내는 뜨거운 성원이었기 때문이다.

예측컨대 훗날 나는 사무실 개소식을 패쇄식 행사로 치른 한 사나이의 선택이 미래를 기약하는 희망의 싹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책임있는 공인의 자세를 저버리지 않은 그의 오늘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오늘의 양보가 훗날 그에게 몇 곱절의 상으로 되돌려질 것이라는 것도 믿고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