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0원 대 5000만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6-06 19: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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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5400원.

‘서울광장’이 사용료 징수액으로 한달간 걷어들인 수익금 총액이다.

그리고 그 광장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5000여만원이다.

5000여만원 가운데는 잔디보식비 4000만원을 비롯해 잔디 관리인 6명의 한달 일당 864만원, 비료와 약품 값 등이 포함됐다. 광장 관리비가 사용료 징수액의 무려 1만배에 달한 것이다.

단돈 5400원대 5000여만원.

이것이 소위 CEO 출신이라는 이명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정(市政)의 현주소다.

시민들의 빗발치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53억에 달하는 예산 투입을 강행하면서까지 밀어부친 결과물 치고는 어이가 없다.

도대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동원해 잔디광장을 고집했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

그 궁금증은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릴 예정이던 야간집회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결국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드러난 서울시 속셈으로 확연히 해소 됐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등 8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연석회의)는 최근 서울광장에서 `집회·시위 자유를 허용하라’는 주제로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2개 중대 240여명을 동원, 행사장에 모인 연석회의 관계자 20여명을 둘러싸고 행사진행을 막았다고 한다.

20여명을 막기 위해 240명이나 동원됐다니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얼마전 논란 속에서 통과시킨 바 있는, 바로 ‘꼬마집시법’이라고 불리는 서울광장 조례는 상위법인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 제한하는 범위보다 더 센 힘으로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에 대한 자유를 차단하는 위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CEO 출신 시장이 단지 5400원을 벌기 위해 이런 조례를 만들었다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이것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시장 마음에 들지 않는 시위를 막기 위한 것이 광장조례의 주된 목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청앞 광장의 주인이 서울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그까짓 5400원 안 벌어도 좋다. 그 정도의 예산이라면 우리 시민들이 얼마든지 감수 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위헌적이고도 차별적인 서울광장 조례를 개정해 달라.

그까짓 잔디가 시민의 집회자유보다 중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잔디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잔디를 걷어내어 버려라.

5400원을 벌기 위해 5000여만원씩이나 혈세를 낭비해야하는 잔디광장 수호를 위해 서울시가 또 어떤 식의 조삼모사를 동원하고 나설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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