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있어요?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6-17 20: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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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난 16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중요한 일을 할 때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비난했다.

심지어 “국민 전체에 영향을 줄 만한 중대사안은 국민투표를 한다는 것이 법에 나와 있는 정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이 시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뭐 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는 우리의 옛 속담 구절이 떠오르면서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은 왜?”하고 심사가 뒤틀린다.

지금껏 알면서도 일부러 시민들의 원성을 뭉개고 있었던가 하는 반발도 일어난다.

이 시장의 시정운영 스타일 역시 이 시장이 비난하는 현 정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건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민들은 물론 인근 경기도민과 인천시민들까지 지금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편’이냐며 아우성이다.

한 시민은 서울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700원으로 버스 한번에 30~40분정도면 너끈히 출근하던 길이 버스노선이 개편되면서 버스와 전철을 합쳐 3~4번 갈아타야만 갈 수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미친 거 아닙니까?”라는 글로 서울시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장은 서울시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관련, 서울시민들의 의견을 물은 바 없다.

심지어 청계천 복원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목하에 이 시장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시민위원회에서 문화재 파괴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아예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서울시와 시민위원회간에는 법적다툼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서울시민의 사회복지문제를 좌지우지할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선임문제에 대해서도 수십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한 사회복지계 의사는 전혀 듣지 않았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시민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시민의 의견을 묻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남의 눈에 들어있는 티끌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눈에 대들보를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타인을 자유롭게 비난할 처지가 못된다.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시장 역시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고 대통령을 지적하기 앞서 먼저 자신은 시민의 의사를 묻는 시정을 전개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자칫 잘못 나섰다가 본전도 못 찾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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