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國恥日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6-20 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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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식’에 대해 ‘민족적 자존심’ 차원에서라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일본대사관 주도로 대규모의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 리셉션’이 진행되고 있던 신라호텔 영빈관 밖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이라며 이를 거세게 비난하는 구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 8명을 비롯한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 와중에 우리를 아연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 및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여야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이 상당수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그저 조용히 내부 행사 정도로 넘어가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일본측이 유독 유난을 떨며 대규모 행사를 벌이는 의도가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 5명의 초선 국회의원들(한나라당 김석준, 나경원, 송영선, 안명옥 의원과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이 국민적 공분 대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더구나 기념식 참석을 만류하는 시민단체 읍소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외교의식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에 대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일본군 자위대는 혹독했던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민족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주범으로 악명이 높고 또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들에게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경우 지난 12여년 간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고령의 몸을 이끌고 시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요구를 마이동풍 식으로 넘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정부가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데도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서울 도심에서 ‘일본 자위대 창립 행사’가 벌어질 수 있고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은 그 행사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나 날리고 있다니 이를 두고 일본정부의 군사대국화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단지 조국의 힘이 약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개인적으로 희생당했던 그들의 한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고작해야 상처에 소금이나 뿌리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고 있다.

더구나 기모노 차림의 일본 여성들 틈새에 끼여 희희낙락했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한일합방 당시의 ‘을사5적’이 절로 연상된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겨운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찾았던 국회의원이나 민중의 결사항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일합방에 강제 조인토록 한 을사5적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國恥日은 지나간 1910년 8월 29일 단 하루로 족하다.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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