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관 장관께 告함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6-24 1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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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세간의 인물평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주 단호하다는 평가다.

얼핏 이런 평은 서로 일치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허 장관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일리가 있는 평가라고 인정한다.

유연하되 단호함이 엿보이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는 최근 공무원노조 조합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역의원 보좌관제는 장기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장관은 서울시의회와 경북도의회 등 각 지방의회에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결의하자 “법 조항에 없어 위법”이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사람이다.

사실 현장에서의 판단으로는 의원보좌관제도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적절하게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이 확실하게 정착되려면 무엇보다도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데 현재와 같은 제도로는 어림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지면을 통해 수차에 걸쳐 지적해 왔다.

서울시의회 임동규 의장도 “전문성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서라도 보좌관제 도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의회의 위상 제고 차원에서도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허 장관은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가 공무원노조와 함께 한 자리에서 한 발언을 보면 비록 망설임 끝에 한 말이기는 하지만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허 장관이 광역의원 보좌관제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 “법 조항에 있어 위법”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주무부처인 행자부가 앞장서서 법개정을 이끌어 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허 장관 스스로 “우리가 법을 고쳐 근거조항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조항이 없어서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허 장관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지방분권이 완전히 실현되고 나면, 오히려 늦는다. 집행부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만큼 견제 세력인 지방의회도 커져야 하는 데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의회가 운영된다면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은 기대할 수조차 없게 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법 개정의 적기(適期)라 할 수 있다.

‘광역의원 보좌관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면, 단호하게 이 일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허 장관의 유연하고도 단호한 성품이 진가를 발휘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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