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의 횡포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6-27 19: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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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헌법 제38조)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제59조)라고 명시된 헌법을 통해 헌법상 납세의무를 규정함과 동시에 국회를 통한 법률에 의하여 납세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방세법 및 이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은 부자에게 걷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서울에서 가장 부자구로 알려진 강남구의 모습은 이와 반대다.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부자들이 세금을 체납해도 걷어 들일 생각조차 안하는 것 같다.

실제로 올해 4월말 기준 서울 전지역의 지방세 체납액 8605억원 가운데 강남구는 851억원으로 체납세액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강북구의 지방세 체납액 60억원, 도봉구의 65억원보다도 무려 14배 이상이나 많은 규모다.

체납액 2, 3위인 서초구와 송파구의 365억원, 280억원보다도 2배 이상이나 많다고 하니 역시 강남특별구답다.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자치구간의 세수불균형 현상 때문이다.

재산세율을 인하하면, 교부금을 줄이겠다는 으름장도 강남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돈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강남구가 굳이 체납액을 신경써가면서 성실하게 징수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재정자립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북구나 도봉구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특정 구청이 지역이기주의의 발로로 합리적인 세원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세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지역간 세수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결책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수불균형 현상을 해소하지 않는 한 강남구의 ‘특별구스러운’ 행동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강남공화국’이니 ‘강남민국’이니 하는 말로 강남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사실 강남구는 대한민국이나 서울시를 떠나 따로 존재하는 구가 아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강남구가 이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이 가능한 것은 남아도는 세수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자치단체간의 세입 재조정, 현재 입법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인원 대폭 증가 등 세수불균형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것이 부자동네의 횡포를 막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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