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쓴 약이 낫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6-29 2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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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신혼여행’의 뜻으로 통용되는 밀월(蜜月)의 원뜻은 `결혼 후 1개월 동안’, 즉 `신혼기(新婚期)’를 의미하는 것으로 말 자체에 `여행’이란 뜻은 없다.

이는 결혼식을 마치면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현대의 풍습에서 새로운 뜻이 파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하간 한자어 `밀월’은 `신혼부부처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권력의 밀월’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꿀처럼 달콤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패한 냄새가 코를 찌를 것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지금 서울전역에서는 市와 조선일보가 권력의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주장에 의하면 6월 중순 월간조선사가 ‘월드 빌리지’ 2004년 여름호를 발간하여 배포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서울시와 조선일보의 개발 독재 밀월 고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시는 이 책자를 시홍보용으로 구입,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드빌리지는 서울시의 기관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찬양조로 일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각종 문제를 유발, 시민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서울시 행정과 정책에 대해서조차 멋지게 포장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월드빌리지처럼 서울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제대로 집대성한 책이 없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는 서울시 홍보관계자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왠지 이 같은 시 입장에 흔쾌히 동조되지 않는다.

우리가 서울광장의 잔디공원화 문제를 지적하는가 하면, 꼬마집시법으로 불리는 서울광장조례에 대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할 때 조선일보는 오히려 한 면을 가득 채워 ‘잔디밭서 일광욕… “유럽이 안 부럽네”’라는 제하의 홍보성 기사를 보도했었다.

심지어 서울시는 이 시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주간조선을 자체 예산으로 구입, 일선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단순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문제의 책값이 사비로 지불됐다면 이의가 없다. 그러나 지금 시가 지불한 책 구입비의 주인은 시민이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병에 좋고 귀에 거슬리는 말이 행동엔 이롭다고 했다.

시정 관계자들은 때때로 시민일보가 기사를 통해 지적하는 시정에 대한 문제점을 관심있게 분석하길 바란다.

비판이 때로 달콤한 찬양보다 더 강력한 우군이 될 수도 있다.

문제점을 수긍하고 이를 제대로 개선한다면 말이다.

지적을 두려워하는 리더가 본래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마저 잃고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기 일쑤인 역사,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반면교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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