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手의 행진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7-01 20: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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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서울시정의 악수(惡手) 행진이 언제나 끝나게 될지 걱정스럽다.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제는 지쳤다.

아무리 서울시 행정을 긍정스럽게 보려고 해도 도무지 자랑거리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오늘 일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요금 단말기 고장으로 인한 출근길 혼란에 대한 시민불만을 일단은 ‘무임승차’라는 당근을 내세워 피해갔다.

이날 서울시가 새로운 교통카드 시스템 오작동 때문에 입은 운임 손실액은 자그만치 11억4000만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는 “말을 못해서 그렇지 이 문제는 서울시가 준비가 덜 된 채 무조건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일관하니까 필연적으로 발생된 악재”, “대중교통체제개편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비해 시운전 등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룻밤 사이에 단말기 교체만으로 가능하다고 자만했기 때문에 사단이 일어난 것” 등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통개편 3일 전에도 이미 같은 내용의 단말기 오류사고가 있었다고 하니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의 혼란은 결국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나 관계자들은 단말기 오류사고의 재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 때마다 시민들은 불편과 혼란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은 뻔하다.

인상된 요금체계만으로도 시민불만이 표출됐던 버스 쪽은 또 어떤가.

시민들은 졸지에 촌각을 다투는 출근길임에도 불구하고 노상에서 우왕좌왕 헤매며 노선버스를 찾야야 했다. 심지어 갑자기 배로 늘어나버린 출근시간 때문에 지각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역시 서울시가 버스 개편과정을 위한 준비가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게 뭔가. 명색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통 정책 아닌가. 그것도 현 시장이 후보시절부터 준비해왔다고 해서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그럴듯한 청사진에 비해 현실로 옮겨진 실체는 실망 그 자체다.

물론 교통체계의 선진화를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하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견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가 7월1일 시장 취임 2주년 일정과 함께 팡파레를 울리기 위해 서울시가 ‘짜맞추기 행정’을 강행한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준비가 덜 된 채 덜렁 시행만 한다고 ‘치적’이 될 것이라는 발상은 위험하다.

앞서 여러 번 지적된 바와 같이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강요하는 시정으로 오히려 ‘치적’을 깎아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서울시 행정은 시장 개인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무임승차’ 같은 조삼모사 행정으로 가뜩이나 살기 힘든 시민들을 자극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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