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외롭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7-15 19: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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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국방부와의 총기협박 논란 관련 기사를 다룬 연합뉴스에 취재를 거부하는 등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 측은 14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이 특별감사를 위해 의문사위를 방문한 사진 송고 이후 의문사위 측 거부로 현재까지 취재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자면 갈등의 시작은 연합뉴스가 지난 13일 “의문사위, 실세 친분빙자 군인 회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 조사관들이 현 정부 실세들과 친분관계를 거론해 현역 군인을 회유하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지적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이런 내용의 보도가 나간 이후 의문사위는 “악의적 보도”라며 “이에 대한 해결 없이 연합뉴스 기자가 의문사위를 취재하거나 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문사위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보고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러나 대응 방식에 있어 사실규명을 위한 별도의 노력없이 무조건 언로를 차단하고 나서는 것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취재처와의 갈등은 일선 취재현장을 뛰고 있는 기자들에겐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갈등은 오히려 기자와 취재처가 한집안 식구처럼 유착돼 공생하고 있는 현상보다 바람직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야말로 자칭 ‘힘있는 기관’의 횡포가 언로를 막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의문사위 주장처럼 연합뉴스가 개인의 주장만으로 사실이 아닌 보도를 했다면 응당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인데도 의문사위 입장을 불리하게 만드는 기사내용 때문에 언론사를 문전박대하는 것이라면 취재거부는 명백한 언론의 알권리 침해 행위가 된다.

간관으로서 국왕에 대한 간쟁과 봉박을 담당한 사간은 엄하디 엄한 왕정시대에도 그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1인 왕정시대조차 언로의 자유를 막지 않았던 것이다. 사간이 역사의 진실을 다루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가슴을 나누라”는 지론을 펴는 이가 있다.

그렇게 하면 사람을 얻게 되고 그것만큼 튼실한 재산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의 직업이 기자였다면 자신의 지론대로 살 수 있었을까?

기자는 세상을 향해 따뜻한 가슴을 내밀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서 이익을 취하는 장사꾼이거나 사랑을 나누는 게 주업인 사회복지가라면 모를까, 기자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알려야 하는 ‘냉정’이 미덕인 직업이다.

직업의 특성상 기자에게 있어 따뜻한 가슴은 자칫 일을 그르치는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

누군들 따뜻함을 나누는 일이 행복한 줄 모르겠는가.

다른 이들의 다툼을 바라보면서 왜 외로워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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