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매카시즘’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7-27 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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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국가 정체성’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마침내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양상을 지켜보노라면, 해묵은 ‘매카시즘’이 연상돼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어제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원칙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원칙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 포문을 열었다.

김형오 사무총장도 같은 날 “헌법을 수호하지 않는 정권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는 것”이라며 이에 가세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반응은 아마도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 것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전한데 대한 반발인 듯싶다.

그렇다면 정말 국민은 박대표의 주장처럼 노 대통령의 정체성을 걱정하고 있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물론 일부 극우세력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대다수의 국민은 지금 정권의 정체성 여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경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벅찬 상황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기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정체성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매카시즘은 1950~1954년 미국을 휩쓴 일련의 반(反)공산주의 선풍으로 당시 상원 국내치안분과위원장이었던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joseph r. mccarthy)’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1950년 2월 매카시 의원은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적인 연설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냉전이 심각해지던 당시 미국은 경제 침체기에 있었고, 동독과 중국의 공산화와 소련의 원자탄 실험 성공 등 공산세력의 급격한 팽창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매카시의 주장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결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과 트루먼 대통령의 `페어딜’ 등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진보주의 정책까지 심판대에 오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당시 유력한 정치가나 지식인들 중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끝내 메카시가 말한 공산주의자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미국의 경제가 어려웠던 1950년대의 ‘매카시즘’은 2004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한 우리의 ‘정체성 논란’과 너무나 닮은꼴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심판대에 올려졌던 것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심판대에 오르게 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는 점에서도 매카시즘과 정체성 논란은 너무나 흡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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