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실수’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7-29 2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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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구명을 위해 받은 수혈 때문에 어느 날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경우를 당한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수혈 경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끔찍한 횡액 앞에서 얼마나 놀랍고 황당한 기분일지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그 같은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담당자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서 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혈액의 98% 이상을 공급해 온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유통과 관련, 적지 않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실제로 검찰은 잘못된 헌혈검사와 혈액관리에 의해 부적격혈액을 유통시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및 혈액관리법 위반)로 전현직 중앙·지방혈액원장과 혈액원 검사담당 직원 등 27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 발표로 공개된 이들의 혈액 관리 실상은 과히 충격적이다.

이들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B.C형 간염에 감염돼 헌혈유보군으로 분류된 헌혈지원자 9명으로부터 헌혈경력 조회도 거치지 않은 채 채혈한 혈액을 간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고 15명에게 수혈시킨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에이즈바이러스 잠복기 상태에 있는 헌혈지원자 3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유통시켜 2차 감염된 가족 1명을 포함 수혈자 7명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미 3명이 숨진 상태다.

더구나 에이즈 양성판정 헌혈자 51명으로부터 헌혈경력조회를 하지 않은 채 혈액을 채혈, 헌혈자의 이름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146건의 혈액이 수혈용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생명과 직결된 업무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들은 아무런 의식이 없었고 또 이들을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실무진에 국한시켜 불구속 기소 정도의 처벌에 그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무지다.

정부는 이른 바 ‘혈액파동’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얄팍한 속셈 보다는 진실로 책임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책임소재는 실무진 뿐만 아니라 전체 16개 혈액원을 관리감독하는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혈액원은 그동안 전산으로 헌혈희망자의 헌혈 부적격 여부를 확인 후 채혈토록 개선했다는 택도 없는 변명을 둘러대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간염 음성 판정을 받고 정상혈액으로 유통될 수 있게 됐는지, 문제 혈액을 수혈받은 어린 소녀가 하루아침에 에이즈에 감염되는 엄청난 재앙을 당하는 결과가 나왔는지 묻고 싶다.

당한 입장에선 피눈물을 쏟으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그저 업무상 실수?

이런 x같은 경우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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