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나섰는데…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01 20: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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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일제강점이후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 진상규명과 청산 작업 과정을 놓고 정치권에서 첨예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여권의 과거사 청산 논의를 정치적 의도로 몰아세우며 국론분열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에서 이글을 통해 한나라당에 우정어린 충고한마디 해주고 싶다.

친일진상규명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시각은 1일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표명에 따른 대변인단의 논평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임태희 대변인은 “과거사 진상규명보다는 경제회복과 중국 일본의 역사왜곡 등 시급한 현안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때”라며 “과거를 들추기보다 현재의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비전을 논하는 것”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다른 논평에서도 ‘대통령이 ‘역사 바로세우기’란 명분으로 격렬한 편가르기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거나 ‘대통령이 과거사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난 등 현재사 해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한나라당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들 주장에 동조하는 무리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사 진상규명과 청산작업을 정쟁으로 몰고가려는 발상도 틀렸다.

엄밀히 말해 한나라당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에서 표현하는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국민’이나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의 비전을 요구하는 ‘국민’에 해당될지는 몰라도 전체 국민의 뜻을 대변할 자격은 없는 사람들이다.

역사 바로세우기는 진작에 정리됐어야 마땅한 민족사적 과업이다. 그럼에도 이문제가 반세기가 넘도록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는 것은 우리 역사의 슬픈 아이러니 때문이다.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들이 당시 그 대가로 일제로부터 부여받았던 기득권이 해방 이후 제대로 심판받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일제 당시 민족을 짓밟고 일본의 승은(?)을 입었던 부류들이 해방이후 들어선 우리 정부에서도 요직을 꿰차고 앉아 지난 역사를 자신의 입맛대로 왜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의 친일부역 사실까지 감쪽같이 왜곡시켜 스스로를 버젓이 독립유공자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친일진상규명법’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을위한시민연대’가 나서서 만든 법이다. 이들은 지난 번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에서 지원 받지 못하게 됐을 때 며칠만에 자발적 참여를 통해 5억여원에 달하는 사전편찬 비용을 조성한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지금 친일 청산법을 주도하는 것은 국민적 열망이지 여권이 아니다.

‘박근혜 죽이기’ 운운하며 뒷북이나 치고 있는 한나라당 미래가 솔직히 걱정된다.

지난 탄핵 때 같은 ‘횡액’이 다시 초래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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