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권 남용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09 19: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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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강남구가 자치권 수호에 나섰다.

당연한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을 수호하겠다는 데 누가 말릴 것인가.

그런데 그 방향이 엉뚱하다.

재산세율 파동에 이어 개발이익환수제, 종합부동산세까지 반대를 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민주노동당 강남지부가 강남구는 겉으로 주민을 내세우고 지방자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민중(people)’이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질책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서울에 임대아파트를 지으려는 계획이 강남구를 비롯 소위 ‘부자구’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들은 지금 그린벨트 훼손과 교통문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임대아파트 건립 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로부터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를 받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불가를 외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엄마한테 떼부터 쓰고 보는 철부지 아이가 연상된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임대아파트 예정터는 보존해야 한다면서도 모노레일 차량기지나 환승센터를 지을 수 있다고 한입으로 두말을 한다고 하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옳은가.

이야말로 임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실제 이유가 ’환경보존’이 아니라 바로 수준에 안맞는(?) ‘임대 아파트’를 이웃에 두기 싫다는 이기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정황이다.

부자 동네에 서민주택이 들어서면 집값 떨어진다는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에 밀려 가뜩이나 설자리를 잃어가는 서민들은 의탁할 공간마련에 점점 더 기를 써야 할 판이다.

건교부와 서울시가 임대 아파트를 지으려는 목적은 서민의 주거 안정이다.

고작 이를 반대하면서도 자치권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언제부터 자치권이 일부 부자들만을 위한 특혜권으로 바뀌게 됐는가.

제 이웃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富, 제 한 몸뚱이 치장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천박한 이기심의 본체. 그것이 오늘 날 소위 부자구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강남구는 뭔가 ‘자치권’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부자들로부터 공평하게 재산세를 걷어 들여 서민들의 복지정책에 사용하려는 세금을 제멋대로 깎아버리는 것을 자치권 수호라고 말하는 그 입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강남구엔 못사는 서민도 주민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활할만한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의무다.

서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반대하면서 자치권을 주장하는 코미디는 이제 그만 두길 바란다.

본말이 전도된 자치구의 권한 투쟁이 서민들의 우울증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 부자구여 정녕 모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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