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10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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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민주노동당이 때 아닌 뒷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당론으로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당론을 정했다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어제 여의도당사에서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를 열어 정부가 추진 중인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기 힘들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경제적 후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우리는 여기에서 행정수도이전 반대 이유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앞서 제3당인 민주노동당의 당론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오늘 신행정수도 최종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버스가 떠난 뒤에 손을 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실제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 정부중앙청사에서 추진위 제6차 회의를 열고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어제 밝힌 바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이날 한나라당이 정부에 대해 신행정수도 최종입지를 발표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법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며 신행정수도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마당이다.

물론 행정수도를 특정 지역으로 옮긴다고 해서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분산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민노당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정된 정부의 신행정수도 최종후보지 선정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두고 이를 유보하라며 반대 당론을 결정한 것은 제3당으로서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를 바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행정이 어디 아이들 소꿉장난인가.

국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사안에 따라 바꿔칠 정도로 가벼이 처리될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문제 아니겠는가.

민노당의 뒷북은 어제 오늘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번번이 이슈를 선점하기는커녕 아직도 골목대장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 3당이면 3당답게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에 대해 발 빠른 대응으로 정국운영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노동당의 이런 뒷북대응은 자칫 여론의 눈치보기로 오인될 소지가 많다.

만에 하나라도 여론추이를 지켜보면서 찬반 당론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민주노동당 답지 못한 태도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여당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줄곧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이에 대해 좀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행정수도 이전사업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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