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정치 바람 불어올까?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12 19: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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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우리 정치판에도 비로소 상생과 화해의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최대의 피해자였던 한 정치원로와 정적관계였던 당사자의 딸이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거는 기대다.

화해의 물꼬를 튼 것은 12일 김대중 전대통령을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사과발언.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며 아버지인 박정희 전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대해 사과입
장을 표명했다.

이에 “과거에 대해 그렇게 말해 주니 감사하다“며 “정치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인데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김 전 대통령의 화답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숙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양자간에 화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선친의 과오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나선 박 대표의 참다운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박 대표가 이번에 보여준 강단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그녀만의 리더십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박 대표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신앙적인 존경심을 품고 있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선친의 지난 행적을 두고 ‘사과’의 입장을 결정하기까지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기존 정치판에 만연된 ‘쇼맨십’이 발달된 정치인도 아니다.

그런 성정을 가진 박 대표이기에 이번 그녀의 ‘결단’에 무게가 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 전 대통령 역시 거물의 풍모로 참다운 정치원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의 위치에서 유신 통치의 최대 피해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고단했던 지난 행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다.

그런 김 전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결정하는 결단을 내린 일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동서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로 박 대표를 지목하며 지역갈등과 국민화합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며 정치판에 나선 정적의 딸을 향해 진심어린 조언과 걱정으로 챙겨주는 모습도 신선하다.

그동안 우리는 제대로 된 정치원로를 갖지 못한 불우한 정치환경을 자조해왔다.

비로소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정치원로를 둘 수 있으려나.

오늘 두 사람의 만남은 정치우울증에 갇혀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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