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 萬事냐 亡事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17 18: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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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흔히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능력에 걸 맞는 인재를 정당한 자리에 앉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亡事로 끝을 맺는 人事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亡事에 있어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능력여부와 관계없이 상사에게 아첨을 잘하는 사람이 조직에서 중용되기 일쑤인데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조직에 끼치는 폐해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불합리한 인사제도에 대한 조직 내부의 갈등이 ‘행정소송을 위한 서명작업’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강남구청의 ‘격려제’가 그것으로 그동안 강남구청은 구청장의 격려를 승진인사의 바로미터로 삼는 인사제도 운영으로 눈총을 받아왔었다.

격려제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흔히 ‘박수제’라고도 불린다. 구청장으로부터 박수를 많이 받으면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강남구청에서 박수제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극히 소수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보다는 특정부서에만 혜택을 주는 불법인사평점 제도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조직 내부에서도 격려제가 ‘모든 구청 공무원들이 구청장의 박수를 받기 위해 머리를 땅에 조아리게 만드는 기막힌 미끼(?)’라거나 ‘승진적체의 해소에 기여하기 보다는 승진대상자의 사기를 저하시켜 조직의 침체를 초래하는 웃기는 제도’라는 식으로 비하하는 분위기로 몰고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구청장의 인사전횡을 참다못한 구 직장협의회가 이를 문제삼아 실력행사에 나섰다. 행정소송을 위한 서명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직협 측은 격려제에 대해 법을 악용한 자치단체장의 인사 권한을 남용하는 제도로 한사람 한사람의 힘을 모아 우리의 생활과 행복을 박탈하는 구청장의 인사전횡을 막아내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결코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더욱이 조직 내에 반목을 불러일으키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인사제도는 폐지돼야 옳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런데도 강남구청장은 불법인사점수를 폐지할 의향이 전혀 없는 듯 여전히 안하무인식 반응을 고수하고 있다.

강남구직협이 지난해 정기협의 및 올해 상반기 단체교섭을 통해 수차례 불법적인 격려점수에 대해 폐지를 요구했을 때에도 당사자인 권청장은 협의나 교섭 테이블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천하제일 강남구다.

그러나 아무리 큰 댐도 미세한 균열 때문에 일시에 붕괴되는 게 세상사다.

이 말을 강남구에 꼭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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