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19 19: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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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서울시가 당초 강서구 마곡지구에 잉글리시 타운을 조성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이를 백지화 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만일 시가 전시행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를 강행했더라면 잉글리시 타운은 두고두고 서울시의 골칫거리로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 좀더 신중을 기할 수는 없었느냐 하는 점에서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3월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이 이명박 시장에게 “외국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잉글리시 타운을 조성해 달라”고 건의할 당시 주무부서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그로부터 한 달 후 `2020서울 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강서구 마곡지구에 30만평 규모의 첨단산업단지조성과 함께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10만평 규모의 잉글리시 타운 조성 계획을 밝혔다.

도대체 한달 만에 10만평 규모의 타운 건설계획을 발표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 같
은 해프닝이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주무부서의 건의를 외면한 李 시장 책임이다. 사실 李 시장의 귀는 열려있는 날보다 닫혀 있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청계천 복원 당시 시민위원회의 건의를 묵살하고 문화재를 훼손하는 작업을 강행한 것이나, 대중교통체계개편과 관련, 7월1일 시행은 무리라는 관계자의 건의를 묵살하고 강행해 결국 시민혼란을 초래한 것 등이 그 반증 아니겠는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사실 혁명적인 계획이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고, 그 일을 李 시장이 해 낸 것이다.

솔직히 이 사업은 李 시장이 자신의 재임 중 그 어떤 사업보다도 막대한 공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칭찬은 고사하고 언론의 질타를 비롯한 각종 뭇매로 만신창이가 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李 시장이 대시민 사과까지 해야 하는 참담한 결과를 안겨줬다.

청계천 복원만 해도 그렇다.

70% 이상의 시민지지를 받으며 시행한 사업이 잘못된 공사강행으로 인해 복잡한 과정에 시달리고 있다.

애초 취지대로 시민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시행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흔히 지도자는 자기 능력의 5%만 발휘하면 된다고 한다.

나머지 95%는 참모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라고 한다.

참모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지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귀를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참모를 벙어리로 만드는 지도자는 결코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의 흔적에서 경험한 바 있다.

李 시장 역시 귀를 크게 열어 참모들이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시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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